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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길의 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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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368회 작성일 18-02-04 18:33

본문

저 거대한 하모니카는 누가 부는지,

힘겨운 숨들을 에레베이트 안으로 불었다 마시는 
시간의 입술에 피가 베이는 저녁
창 밖으로 이퀄라이저처럼 오르락 내리락 켜지는 
불빛들의 경쾌한 리듬에 맞춰 어둠은 오는데
한 칸 씩 지루한 음역을 끌고 집을 나섰던 사람들은 
서로 화음을 맞추다 불협에 지쳐서 돌아오네
빨간불에서 파란불로 건너가는 건반을 두드리며, 
참새들이 발로 튕기던 현을 기운 달로 튕기며,
두들겨 맞고, 흔들리고, 부딪히던 리듬을 타고
보이거나 보이지 않는 팽팽한 줄로 연주 되는
도시의 멜로디를 맞추며 뉘엿뉘엿 저물어 오네
건반 위로, 현 위로 제 멋대로 달리는 듯 보여도
구천을 떠도는 귀신처럼 악보를 떠돌던 손끝들,
저마다의 하모니카를 찾아 호주머니로 돌아오네
담배 냄새 찌든 숨결이 되어, 끈끈한 타액이 되어
옥수수 하모니카를 불며 지나온 구순기로 돌아오네


오케스트라를 슬그머니 빠져 나온 여윈 멜로디 한가닥
머리카락을 훅 흩고 지나가는데
아! 오늘 밤 별꽃 화관을 쓰고 
24층 아파트를 연주하는 그의 머리에서
쓸쓸하게 떨어지는 별똥별 하나

댓글목록

동피랑님의 댓글

profile_image 동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퇴근길을 어떻게 누비면 이런 교향곡이 나옵니까?
희한하네. 그 동네 시 벼락이 약간 아이네예.
전에는 오카리나를 연주하시더니 이젠 아예 필하모니 악당에게도 이기겠슴다.

은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은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란 요런 번쩍이는 이미지가 있어야하는데ㆍ
언어로 연주하는 음악
내속이 시원합니다ㅎ
님의 시로 인한 카타르시스
이제 나는 쓰는 것보다
공덕수님 시 읽기로 만족해야할까봅니다 ㅎ
건강 챙기시고 많이 많이 쏟아내세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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