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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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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감디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217회 작성일 18-01-31 09:20

본문


순명


오래된 장도가지(장독) 물구나무로 서 있다


장도가지 입은 바닥이 되고 움푹패인 발바닥이 입이 되니

얼핏보면 벌 서는 줄 착각할 수 있으나

그는 여전히 본래의 형태와 본질을 호도하지 않으며

굳굳히 제 자리에 순응하는 그의 길은 곧다


채워진 만족으로 거드름 피울 때는 자신 밖에 없었지

비워져 쓸모 없는 자리에 내 몰렸어도

흔들림 없이 본분 지키는 그의 용기 충천은

채워진 때보다 비워진 자리일 때 도드라진 그는

자신 보다 우리를 먼저 포용했네


눈 오니 눈꽃 맺혀 그 눈 얼어서 푹 패인 발바닥에 얼음꽃 피우니

우르르 몰려든 동심의 웃음꽃이 얼음동산에 피어나고

햇살 고운 한낮에 얼음 녹은 동그란 물둠벙 가에는

참새와 비둘기 가족 물 한모금 머금고 하늘 향한 그 눈빛

채워진 만족보다 비워진 채워짐의 참 모습을 보네


홀로 있어도 혼자두지 아니하며 혼자 걸을 때 홀로 걷지 않음은

자신을 비워 낮은 자리에 있을 때에만 가능한 일

인생의 뒤안 길 모든 것 비워낸 그 자리에 우리가

순명으로 지켜가야 할 일, 곧 믿음 소망 사랑이 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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