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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는 스푸마토 기법으로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1,356회 작성일 18-01-24 15:14

본문

너는 한가지 기법만을 고집하지

빈번한 붓질로 찌푸둥해진 누드에 두툼한 온기를 덫칠하고
소실점을 향해 걸어가는 풍경에서 싸구려 물감 냄새가 나는구나

번지거나, 풀어지거나
선을 벗어나는 불온에는 화약 연기처럼 자욱해지는 분위기가 있지
이미 지나간 시간과 아직 오지 않은 시간을 배합하며
파레트처럼 질척이는 안색들을 햇살에 칠하고 있구나
손끝으로 쓸어보면 보이는 혼미의 입자들,

파랑을 빼앗긴 보라가 엉엉 울자 빨간 눈물이 흘러
탐욕과 증오의 내연 관계를 눈치 챘었지.
욕정과 사랑은 오랜 근친 관계로 줄줄이 배신과 결별 같은
후레 자식들과 기형아를 낳고 우는 쪽은 늘 사랑이였지
신과 황금과 육욕은 성 삼위일체를 이루며 
쉼없이 병들고 짐진자들을 십자가에 매달았지
병든 아이에게 노랑을 빼앗기고 파랗게 질린 초록은
시대와 꿈의 착취 관계를 인정하려 들지 않았지

울트라마린으로 칠하기에 하늘은 너무 넓고
코발트 블루로 칠하기에도 바다는 너무 넓지만
안개는 어디에 섞어도 기분 좋아지는 아편이지

명쾌한 논조를 잃은 겨울의 초상을 그리며
영정은 따뜻해야 한다고 너는 말하지,
흐릿하게 산을 그리며 
배경을 죽여야 인물이 산다고,
약에 취한듯, 동자 풀린 태양을 그리며
아! 바로, 그런 느낌이야!
거품기처럼 재빠르게 붓질을 하지

바람아! 오늘 네가 그린 125 ㎍/㎥!
아! 숨을 쉴 수 없구나!












댓글목록

라라리베님의 댓글

profile_image 라라리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이 그려낸 미세먼지는 상상력의 총집합체인 것 같습니다
저와는 달리 형이상학적 미학으로 느껴집니다

배경을 죽이러 번져가는 미세먼지가
화가의 손끝을 따라 동자풀린 태양의 안색으로
칠해지고 있네요
공덕수 시인님 감사합니다 잘 감상했습니다

공덕수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공덕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감사합니다.  미세먼지라는 막연한 시제를 형상화 하시는 모습을 보고
저도 한 번 쓰보고 싶었습니다. 탐욕의 커튼 같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 것은 바깥의 모습이 아니라 우리 내면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아직 철이 없는지 건강보다 분위기에 민감합니다.
황사가 꽉 낀 날, 노란 안개 속을 걷는 것 같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습니다.
더 경쾌하고 발랄한 미세먼지를 그리고 싶었는데
역시 우중충을 면치 못합니다. 감사합니다.

서피랑님의 댓글

profile_image 서피랑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안개는 어디에 섞어도 기분 좋아지는 아편/
영정은 따뜻해야 한다고/
같은 표현들이 눈에 잘 띕니다.

댓글에서 말씀하신 경쾌하고 발랄한 이미지..
그것은 설상 어둠을 그릴때도
어쩌면 필요한 덕목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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