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시(撤市)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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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시(撤市)
박찬일
생을 실어나르고 삶을 사고 팔던 밤 10시의 시장골목은 달빛 사이 비춰진 생기 마른 들꽃처럼 적막하다
왼편으로 삼백보 정면으로 오백보거리..
통로마다 좌우로 삶을 마주했을 들꽃들의 웃음이 오가던 곳에는, 넌즈시 다가와 말을 건네던 채소총각도, 몸베치마의 맛탕집 아줌마도, 꽝꽝 언 동태상자를 연신 시멘트바닥에 패대기쳐 해체하고 토막쳐 포를 뜨던 어물전 할아버지도, 도라지껍질을 까며 흘낏흘낏 좌대 넘어 손님을 건너보던 김천댁 할머니도, 갓 끓여낸 순두부를 맑은 비닐봉지에 담아 천원에 건네던 쌍동이네도 엉성한 천막 속으로 흩어졌다.
잠든 들꽃들 사이로 찬 냉기가 흐른다. 따뜻한 오뎅국물이라도 팔아볼까 싶었는데, 역사가 되지못한, 월광이 새어들어 신화가 된 거리만 여기 남았다. 폐를 찔러오는 시장 특유의 비릿한 밤공기에 몸을 맡겨, 시간을 정지시키고 시간을 잘라내 살핀다. 뒤뚱이며 잘라진 시간들이 허공에 곧추선다.
-아무도 없다는 것이 적막강산 같으냐 묻고 그것이 네 본 모습이라고 답한다.
-쓸쓸하냐 묻고 홀로가 두렵다 답한다.
-룸펜이 된 기분이 어떠냐 묻고 그것도 격어볼만하다고 답한다.
-둘이면 더 좋으냐 묻고 조금 나은 거라고 답한다.
-묻는게 싫으냐 묻고 답하는게 싫지않다 답한다.
-아직 생이 싫지않은 시간들의 잠시의 휴식이라고 읽고 깊이 꺼져가는 불빛을 따라가는 것도 나쁘지 않은 거라 답한다.
여기 아직 남은 향기처럼.
2017.12.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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