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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를 아는 새처럼 허공을 가르는 바람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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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602회 작성일 17-12-21 0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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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무를 아는 새처럼 허공을 가르는 바람처럼


아무르박



우울해 하지 마라
흐린 날에는
하늘도 눈물이 비 되어 내린다
눈물이 꽃으로 필 때를 아는
꽃처럼
지금은 잉여의 모든 날 들을 버리고
세상에 없는 단 하나의 색으로 물들어라
네가 이 세상에 온 까닭은 그뿐이다

너무 많이 알려고 했으나
느끼지 못하였고
너무 많이 가지려 했으나
주머니를 만드는 순간부터 빈손이었다
사랑했다
그의 현재와 미래를 사랑했다
하지만 그는 과거로부터 온 사람
트라우마는 내가 사랑하는 법

책장을 넘기는 법을 모른다고 사랑을 모를까
삶은 언제나 진지하지 않았다
허울에 쫓긴 얼굴로 거울 앞에 서면
일그러진 자화상은 내 얼굴만이 아니기를...
엘리베이터를 오르는 것처럼
집으로 가는 길은
집으로부터 멀리 달아나고 싶은 마음이었다

산이 가진 비탈은 있었다
구르지 못하고 옹이가 박힌 마음의 굴절이
산을 오르는 저 소나무처럼
사철 푸르기만 했다면 산의 깊이를 알까
이름 없는 새 한 마리
꽃으로 오지 못 한세상에 바람의 소리
날개 끝에 쉼을 허락하는 날
하늘도 그 뜻을 알아 푸른 바다로 깊어지고
세상은 저 외로운 섬
너는 한 마리 고래처럼 숨을 몰아쉬리라

어느 시인의 비문처럼
절하지 마라.
술을 마셔라!
취하지 않아도 시처럼 살다간 많은 꽃의 이름으로
이 세상은 물드는 것이 아니라
스며드는 것이다
아름답지 않은 꽃이 없듯이
비록 짧은 생이나마 붙들고 싶은 시간이
우리 생이 아니더냐?

시처럼 사랑했다
시가 되지 못한 날들도 많았지만
함축이 모든 것을 허망하게 만든다는 것을
나 또한 모르고 살았기 때문이다
시절을 살아온 발자취는
내가 한 소절
음률에 향기를 담아내는 소반처럼
무엇을 올려놓을까 생각할 때마다
찻잔의 향기가 깊어졌다

오늘은 비가 내린다
내 마음에는 창을 가득 채운
나리는 눈발이
하늘하늘 하늘로 날아오르는
장작불에 끓는 물처럼
가슴이 따뜻한 사람들의 눈물을 아는 것만 같구나
먹먹해지는 가슴으로 손을 내미는
꽃잎이어라
너의 우울함이 내 생을 좀먹는 날
한때 흐리고 비
저 눈밭에
내가 그토록 걷고 싶었던 발자국은
새기지 못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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