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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애하는 나의 두레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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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8건 조회 971회 작성일 25-03-28 22:54

본문

  친애하는 나의 두레박




  여보, 매실나무에 꽃이 참 좋다 하던 내 얼굴을 바라보며 그게 매화라고요 말하던, 여태껏 서로 다른 꽃인 줄 알았던 나의 무식함을 일깨운, 매실청처럼 진했던 당신에게.


  머루 달래 따다가 어쩌고 하며 멋모르고 시를 읊던 내게 그게 뭔 소리요 머루는 따고 달래는 캐는 거라며 부지깽이나물 다듬 듯 나무라던 당신에게.


  보일러 목욕 버튼을 누른 뒤에 샤워를 마치고는 까맣게 잊어버린 채 산책이랍시고 나갔다 귀가한 내게 가스비 폭탄 다 맞으라며 까치에게 쪼인 홍시처럼 울상 짓던 당신에게.


  바람이 다스리는 승주군 풍치마을에서 살다 항용 바람 그리운 시를 쓰던 내게로 왔던, 깊은 갈대숲을 거닐다 온 실바람 같았던 당신에게.


  봄에 만리향 향기가 좋다 하고 가을엔 천리향을 부르던 내게 어이 아저씨요 만리향은 가을에 천리향은 봄에 나는 꽃이요 하며 나의 어설픔을 반성하게 하던, 백일홍의 선명함을 가졌던 당신에게.


  고전을 쌓아 두고 읽으며 폼을 잡던 내게 책에선 죽었다 깨도 얻지 못할 진심을 무심히 던져주던, 강아지풀의 소박함을 이고 다니던 당신에게.


  결혼 후 맞이한 첫 생일날 프리지어 꽃다발과 케잌을 건네고는 당신을 위한 시를 썼다며 낭독해주던 내게 놀고 있네요 하며 함박웃음 짓던, 쑥부쟁이처럼 다소곳했던 당신에게.


  꼬옥 껴안아 주고 싶어 가까이 갈라치면 징그럽다며 몸서리 치다가 이내 옛다 손은 잡아도 된다며 무슨 상이라도 주는 것처럼 인심 쓰던, 들국화의 소박함을 입었던 당신에게.


  아버지 집 짓는 데 보탤 돈을 놓고 생활인의 계산기 두드리며 산수 공부하던 내게 그래서 공부 많이 한 사람들은 이게 문제요 거침없이 계산기 던져버리곤 마음껏 보태라며 응원하던, 군자란의 푸름을 가졌던 당신에게.


  살이 찔까 관리해야 한다며 내겐 이른 아침마다 양배추며 계란 후라이며 통밀빵에다가 블랙 커피 차려주곤 자기는 밥을 먹어야 살맛이 난다며 쌀밥에다 김치 올려 먹던, 쌈배추의 품속 같았던 당신에게.


  침대에 나란히 누운 늦은 밤 우리 한날 죽어 함께 풍장되었으면 좋겠다 하던 내게 그저 목돈 드는 큰 병치레만 안 해도 행복하겠다 말하고선 금방 코를 골던, 진눈깨비의 여림과 단단함을 함께 지녔던 당신에게.


  살면서 시를 한 번도 쓴 적 없지만 시, 혹은 시 비슷한, 그러나 끝내 시를, 내 속 마음판에다가 오랫동안 써 왔던 물망초의 순결한 기억을 가진, 사소함의 사소하지 않음을 쉬지 않고 가르쳐주던 나의 시인이었던 당신에게.


  그러니깐......,


  그러니깐 함께한 모든 나날 어둔 바닥으로부터 날 퍼 올리던, 돌담에 싸여 고색창연한 뜨락의 두레박 같았던 당신에게.


  그리하여 바친다, 시를 전혀 몰라 그게 뭔 소리요 하던 당신에게. 진부할 수 밖에 없는 내 사소함으로 써 내려간 시들을.


  그럼으로 해서 보낸다, 사랑한단 말 한 번을 할 줄 모르던, 그래서 때론 야속하기도 했던 당신에게. 윤슬 위에 뜬, 어쩔 수 없는 한 조각 이파리 같은 내 사랑을.





 


댓글목록

나무님의 댓글

profile_image 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어두운 바닥으로부터 시인님을 퍼올리던
배추 속 같은 귀한 분과 살고 계시네요

아들이 틀어줘서 보게 됀 넷플릭스 드라마
폭싹 속았쑤다에 나오는 남자 주인공을
시마을에서 보는 것 같습니다

몇 날 며칠 밤을 들어도 또 듣고 싶은
사랑의 편지네요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헤아려 주시는 말씀,
감사합니다.
요 며칠 동안 새로운 느낌의
나무님의 시들을 설레는
마음으로 읽고 있습니다.
오래 시마을을 거닐어 주시길
바래봅니다.

고나plm님의 댓글

profile_image 고나plm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 삶 자체가 시 같습니다

이정록 시인은 어머니가 그리 시의 소재 였는데,
부드러우면서 안온한 시풍에 눈감아 감상해본 시간이었습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무슨 거대한 담론은 아예 모르는,
아내에게서 늘상
사소한 것들의 사소하지 않은
의미를 발견하는 기쁨으로
살아왔습니다.
관념에 매몰될 뻔한
나를 늘 두레박처럼
퍼 올려주곤 합니다.
안온한 말씀 감사드립니다.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목부터 너무나 아름답습니다.
두레박의 의미에서
두 분의 깊은 사랑과 신뢰가 보입니다.
늘 행복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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