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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잔 속에 낮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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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아무르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769회 작성일 17-11-23 0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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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잔 속에 낮달


아무르박


점심이나 할까요

손에 이끌려 간 곳은 백반집이다
단출한 메뉴판에
솜씨 좋은 주인은 가격을 매기고 있다
백반의 상차림에
기름칠이 번지르르한 고등어도 좋으련만
구수한 청국장에 고실고실
흰 쌀밥도 좋으련만
혼자서는 결코 먹을 수 없다는
(기본 2인 이상)
부대찌개를 기다린다

입동은 지난 지 오래
첫사랑이 그렇듯이
첫눈을 거리에 내동댕이 친지 오래
벗어놓지 못한 가식을 겹겹이 껴입었다
나무가 옷을 벗는 겨울이다
가을은 내게 아직도 미련이 남아 궁상이다
이제는 벗어놓을 변변한 옷가지도 없었다

자간과 행간의 균열이
이 집의 이력을 유리창에 쓰고 있다
햇살도 비껴가는 골목의 전경에서
오늘 처음 온 사람은 있어도
다시 오지 않는 사람은 없다는 시금치나물 맛
어묵볶음을 덴뿌라라고 말하고 싶은 까닭은 무엇일까
호박 반달에 물컹한
양파에 스민 새우젓의 맛을 음미하는 시간
황후의 밥상보다 화려한 외출은
일을 던져버린 오후의 시간을 밥상 위에 올려놓은
까닭이다

혼자 먹는 백반보다
둘이라서 외롭지 않을 부대찌개가 끓고 있다
여기 소주 두 병이요
소주잔을 밀어내고 맥주잔에 호기를 채운다
소주 반 컵에 날달걀을 넣고 단숨에 들이킨다
맥주잔 속에 잠긴 달
달을 마시는 사람들의 새벽은 늘 빈손이었다

이달이 차면 가게를 비운다
그의 애마였던 자전거가 매물로 나왔다
그의 이마에 밭고랑은
가을걷이를 끝낸 겨울의 들판이다
곱게 빗어 묶어놓은 은발의 갈대숲이
오늘따라 윤기를 잃어 파리하다

노란 주전자 두 개를 얻어 집으로 간다
햇살도 비껴가는 골목에 대폿집이 사라진들
오늘 밤에 달을 볼 사람이 있을까
낮달을 마셔버린 까닭에
둥근 달 주전에는 무엇을 담아야 할까
아내의 핀잔이 벌써 출렁거린다

잘 헌다, 이젠 술 주전자를 들고 다녀라
얼 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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