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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거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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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童心初박찬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841회 작성일 17-11-06 03:52

본문

땅거미

              -박찬일


어스름한 저녁이 되자

땅거미 한마리 하늘을 뒤덮더니

산을 앞세워 도시로 걸어들어왔다.

사람들은 제마다 벌레처럼 고치가 되어가고

저항의 깃발을 내건 이들은 등을 밝혀 아우성치며 거미를 쫒았다.


사로잡힌다는 것은 무엇인가? 

끈끈히 옭아맨 사고의 실들로 제 몸을 동여 매이고

옴싹달싹 못하는 신세가 되어 포식자의 발 앞에

던져지는 것인가?


거미에 먹혀지는 밤에

거미에 사로잡힌 군상은

씹거나 씹히는 중에 

꿈틀거리는 마취를 입안 가득 경험한다.


먹힘을 피한 고치들이 하나 둘 불을 끄고

고치 속으로 숨었다.

쫒고 쫒기는 하루를 털어넣은 거미도

배 부른 하품을 하더니 게으른 트림을 게운다.


익숙해진 거미의 습성을 피해

밤마다 나도

고치의 속을 파고 들었다.


2017.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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