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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몬드리안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964회 작성일 25-03-06 11:09

본문

그때 나는 바람의 색깔을 고르고 있었다

 

고층빌딩 유리창에서 흘러내린 빛의 그림자가 아늑했다

유리창을 복사한 직선의 도형,

옅은 그림자를 담은 수많은 사각의 틀들이

각을 맞대어 꿰맨 퀼트처럼 바닥에 널렸다

그림자의 면적을 줄이고 늘이는 태양의 숨, 피아노 속 건반 같은 낯선 기호들을

화폭에 엎질렀다

태양을 품에 안은 유리 벽은 기억한다

태양은 화상 입어 부르튼 입술의 침묵으로만 말한다는 것을

세상에 엉켜있는 목소리 안에도

태양의 닫힌 입술을 읽을 수 있는 이가 있다는 것을

 

모눈종이의 눈금 같은 빛의 그림자,

빈혈의 장막이 걷힐 때까지

서늘한 그림자 안에서 샤를 보들레르가 시로 그린 도시의 혼란과 미를 상상했다

그는 징처럼 울리는 손바닥으로 상징의 꿈을 발아시켰다

 

내가 본 것은 태양이 유리창에 입맞춤한 자국, 도시의 광휘

내 몸속에 늘어트린 몬드리안이었다.

댓글목록

힐링링님의 댓글

profile_image 힐링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리나라가 해방 되기 한 해 전 1944년에 생을 마감한 몬드리안은 추상화 화가의
조각된 사각의 틀 안에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집합된 형상을 창작해내는 기법처럼
새로운 시의 조형을 통해서 드러내고자 하는 그 깊이에  놀라움을 금할 수 없습니다.
태양이 화상을 입었다는 반어법을  통해서 존재의 심각한 고뇌의 표현일 것입니다.
태양이 화상을 입었다는 한계상황을 짚어내는 것이자 고뇌의 산물인 존재의 내상을
몬드리안 그림 속으로 밀어 넣어 바라보게 한다는 뜻이 아닐까요.
그만큼 바라보는 시각은 조금도 흔들림이 없이 시의 직관력을 통해서 하나 하나
조각을 맞혀가는 이 작업이 더 값지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합니다.
시각의 틀을 걷어내는 추상화의 그림 내부를 투사해서 세상과 인간을
정밀하게 그려가는 이 붓끝의  진한 향기를 마음껏 마셔보았습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힐링 시인님
시인님의 시평에 비해 터무니없이 부족한 글인데
이처럼 고 퀄러티의 시평을 주시니 저의 부족한 글도
더불어 상승되는 듯하여 부끄럽습니다.
글을 세부적으로 스캔하여 분석하시는 기법,
어느 분과 견주어도 시인님은 평론가로서 손색이 없는 분입니다.
부족한 글에 늘 좋은 말씀으로 용기를 주시는 힐링 시인님 감사합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도입부 부터 이 시는 빛나고 있네요.
몬드리안 화가를 전 몰랐었는데 시인님 덕에 알게 되었습니다.
표현들이 좋아 시가 빛이 납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깊은 밤 행복하소서,
늘 건필하소서, 수퍼스톰 시인님.

탱크님의 댓글

profile_image 탱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몬드리안의 그림을 시로 써내려간 것같아 눈이 호강하는 것 같습니다. 좋은 시 많이 남겨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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