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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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신주
아버지의 모습이 전신주와 닮아 있다면
그것은
아버지의 발등에서 명치까지 박혀 있을 법한
쇠말뚝 같은 아픔과 속박은 아닐 것이다.
더욱이
아버지의 양쪽 어깨에 걸쳐 있을 법한
무시무시한 고압선 같은 침묵의 겁박 역시 아닐 것이다.
또한
아버지의 머리에 씌어져 있을 법한
뾰족한 잔가지로 이중삼중 짜여진 까치집 같은
뇌수를 쥐어짜는 절정의 불안함도 아닐 것이다.
아버지의 모습이 전신주와 닮아 있다면
그것은
커가는 자식들이 차츰
아픔과 속박으로 가득한 사지로 올라서는 것을,
툭하면 으름장 놓는 현실과 정면으로 마주하는 것을,
보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미어지는 자식들의 앞날을,
묵묵부답으로 세심하게 살피는,
전신에 父情이 들끓는 차가움의 버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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