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개 밑의 숨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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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들기 전이었는지
이미 깨어 있었는지 침대가 나를 기억하지 못했다
천장은 낮게 숨 쉬고
나는 그 호흡에 이름을 빼앗겼다
누군가 문을 두드렸는데
문이 먼저 대답했고 손은 오지 않았다
바닥에 흘린 생각 하나가
벌레처럼 꿈틀거리다 내 신발 속으로 들어갔다
그래서 오늘 하루는 왼발이 나를 대신 살았다
시계는 입을 벌리고 시간을 삼켰으나
소화하지는 못했다
벽에서 벽이 자라
방은 방을 낳고 나는 몇 번째 나인지 헷갈렸다
거울을 보자
표정이 한 박자 늦게 따라왔고
그 지연 속에서 낯선 생애가 잠깐 살았다
비가 왔는데 하늘은 없었고
우산은 안쪽으로 젖었다
꿈속에서 나는
중요한 말을 하려 했으나 혀가 먼저 잠들었다
대신 침묵이 긴 문장을 완성했고 아무도 읽지 않았다
눈을 떴을 때
아직 꿈이 남아 베개 밑에서 숨 쉬고 있었다
적어 두지 않으면 다시 현실이 될까 봐 이렇게 남긴다
— 오늘
세계가 나를 완전히 사용하지는 못했다.
댓글목록
힐링링님의 댓글
ㅡ오늘
세계가 나를 안전히 사용하지 못했다
잠시 생을 생각에게 맡겨두었더니 시간 밖의 흐름에
내가 어디 있는지 무엇을 하는 모르는
무한대의 공간에서 머물러 두 세계를 직시하는
초현실주의 짙은 색채와 지금의 세계로 돌아 오는
시인님의 안과 밖의 자화상을 봅니다.
이러는 사이 세계가 나를 완전히 사용하지 못한 것을
자각하는 것을 봅니다.
현실의 압축기로 짓눌러도 생각 밖으로 더는 밀려나지 않는
시인의 올곧음의 심연을 봅니다.
이 심연 속에서 살아 숨쉬는 시의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다시금 뒤돌아보게 합니다 .
그만큼의 시련의 깊이만큼 올골찬 힘이 그 안에 내장 되어
세상이 나를 완전하지 사용하지 못한 것을 엿보게 합니다
그날까지 시간은 참으로 길고 험해도
묵묵히 아니 뚜벅뚜벅 걸어가는
그 뚝심이 무엇인지 인지하는 날이 곧 올 것입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맛살이님의 댓글
넘 좋습니다
짧은 필력에 그저 딩동댕 울리고 떠납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건안하세요!
수퍼스톰님의 댓글
힐링시인님 저의 마음속에 들어갔다가 모두 읽고 나오셨네요.
꿈과 현실의 경계에서 흔들리는 자아와
현실에 흡수되지 않은 내면의 감각을 붙잡으려 했는데 그걸 찾아 내시네요.
늘 좋은 말씀으로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필하십시오. 힐링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맛살이 시인님, 부족한 글에 마음을 얹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늘 건강하시고 좋은 시 많이 빚으십시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