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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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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92회 작성일 24-07-30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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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롱정원 



배롱나무꽃 숨소리가 낮은 오후, 여주인은 낡은 나무의자를 정원 한구석에 갖다 놓았다. 진홍빛을 내 귓가에 흔들어대는 벽그늘 쫓아가며 새소리가 들려온다. 새하얀 의자 위로 한여름이 내려앉았지만, 햇빛 쏟아지는 연푸른 바다 머지 않기에 무릎까지 바다에 젖어도 시리지 않다. 주홍빛 로즈마리는 길고 싱싱한 대 위에서 배롱나무꽃의 친구다. 꽃대에서 이끼 낀 한 발자국만큼 옆으로 서면, 여주인의 손에서 청록빛 풀비린내가 난다. 멀리 비양도(飛揚島)가 보인다는 여주인의 호흡 안을 들여다보면, 살아있는 차가운 돌 위로 천장으로부터 투명한 물방울들이 떨어진다. 삐걱거리는 의자에 네가 앉자, 새하얀 여름인데도 여주인은 먼지 얹힌 창문을 살짝 밀어낸다. 복도가 조금 화안해지는 대신 시간이 멈춘다. 가까이 다가온 산오름이 슬쩍 청록빛 허물어짐을 뭉게구름 속으로 높여 흔들어댄다. 사방이 적요한데, 여주인의 눈동자 속으로 격자무늬 화인(火印) 찍힌 침묵이 지나간다. 여주인이 하얀 종이를 꺼내 무엇인가 적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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