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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난뱅이의 슬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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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999회 작성일 24-06-21 02:40

본문

가난뱅이의 슬픔



술이 술을 마시듯 

슬픔이 슬픔을 들이켜고 

삼동을 건너 집으로 가는 길 

수북하게 쌓인 가난을 한 되박 마시고 

사지가 비틀거리는 골목길 

풀린 언 강물처럼 어둠이 쏟아지는데 

저멀리 낯선 아이 하나

가로등 불빛에 쪼그리고 앉아 있는데 

나는 난전을 기웃거리는 날파리

카바이드 불빛이 이리저리 조바심을 내는데  

사철 집마당 바지랑대에 앉아 있던 고추잠자리처럼 

꾸덕꾸덕 말라가던 가오리처럼 

내 등 뒤에서 목덜미를 붙잡고 마름모로 춤추던 

까치밥으로 남아있는 그리움 하나 

어둠을 갈아 마시며 고개 숙인 목뼈의 등고선이 가파르다

내 망막 속으로 난폭하게 달려오는 전조등 불빛들

노도처럼 부서지는 야로를 마시며

어둠이 어둠 속으로 사라지고 

삼동을 건너 집으로 가는 길 

이 모든 것을 등뼈처럼 허물어야 한다는 것을 

슬픔이 슬픔을 들이켜던 그날부터 

알고 있었는지도 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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