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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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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1,650회 작성일 24-06-05 00:06

본문

달빛





숲길을 따라 어둠이 나를 미행하고 있었다  


어둠이 짙어질수록 어둠은 두 눈을 부릅뜨고 나의 꼬리를 밟았다 

도마뱀의 꼬리처럼 잘려나간 어둠 사이로 

어둠의 장막을 젖히자 물안개가 드라이아이스처럼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그 순간,  

누군가 내 등을 후려쳤다  


공포(恐怖)에 빙의된 등골이 고개를 돌리자 어디선가 어둠의 무게를 견디지 못한 나뭇가지 부러지는 소리, 

정체 모를 발자국 소리, 무리를 떠나 온 산짐승의 발굽소리가 귓바퀴를 핥았다 


쭈뼛거리는 전두엽이 착란을 일으키자 혼돈에 물든 호수면에 파문이 일었다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낯익은 물거품 소리가 부글부글 끓어올랐다 

물안개가 내 망막 속에서 옷을 벗자 익사체가 수면을 부둥켜안으며 떠올랐다  


수천 년 전 침몰한 폐선일지도 몰라  

수억 년 전 매장된 삼엽충일지도 몰라  


더듬이를 세우고 꼬리를 흔들며 일렁거리는 익사체의 등골이 송곳니를 희번덕거리며 나를 바라보았고  

혼불처럼 사위로 그네를 타는 충혈된 두 눈은 심연의 뻘밭에 내리 꽂힌 폐선을 주시하고 있었다  


나는 그때,  

미리 준비한 방아쇠를 당겼다  


온몸이 부르튼 한 발의 처연한 공포(空砲)가 어둠을 삼키며 수면으로 쓰러져 누웠다


심호흡을 하자 

숨을 헐떡거리는 익사체,


느리게

느리게 

흘수선이 가라앉고 있었다


호수면을 삼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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