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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름을 아십니까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사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799회 작성일 24-05-08 07:40

본문

내 이름을 아십니까


태초에 나는 이름이 없었다


그러므로 나도 나를

어떻게 불러야 할지 알 수 없었다


마을에서 땅을 일구고

꽃을 피우기 위해선

삽자루보다 단단한 이름이 있어야 한다기에

      

나는 나에게 pyung이라는

암호 같은 친구를 소개해주었다 

      

이름은 누구나 쉽게 부를 수 있어야 하지만

가면과 마찬가지로 얼굴을

꼭꼭 숨겨주면 더 좋은 것으로 치부됐으므로

  

pyung은 조용하게 함께 생활하다

성격이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는지

금전문제 같은 게 전혀 없었는데도

어느 날 고평이라는 작자를 대타로 불러다놓고

마을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고평은 꽃도 피우고

열매도 어느 정도 거두어들이는 듯 하더니 

잠깐 내가 마실을 다녀온 사이

뻐꾸기라는 지나가던 한량을 앉혀놓고

종적을 감추었다


나타났다 사라지는 게

인연이라고 생각했는지

보고 들은 게 있었는지

뻐꾸기도 어느 날 봄볕에 졸고 있는 사리자에게

아무도 넘보지 않는 자리를 물려주고

심드렁하게 작별을 고했다


길지 않은 세월

적지 않은 인연이 내 곁을 스쳐갔지만

꽃은 꽃이고

나는 나였다 

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profile_image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광대함으로 그대 바라보기가 형언되어야 할 강을 만났습니다
죽음도 소실되거나 되박이 하거나 하며 장대한 존엄함이 주는 희열의 강과 마주섰습니다
장엄함으로 생의 힘을 마지막에 두며 혼신의 힘으로 그대를 부정했습니다
형언의 힘에 방점을 주지 않은 죄와 마주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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