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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 아웃(Blackout)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929회 작성일 24-04-10 03:46

본문

블랙아웃*

 

출구를 잃어버린 밤의 미로에서 내가 사랑한 것은

안개 낀 몽환의 밤이었다

술잔을 높이 들어 모서리가 기우는 하늘을 떠받치는 사람들처럼

우리도 새벽까지 술잔을 부딪쳤다

하늘이 가라앉지 않은 것은

지구촌 낯선 지명 어디서나

잔을 높이 치켜올려 하늘을 떠받친 건배가 있었기 때문이다

때로는 내가 마지막까지 포옹했던

목소리의 주인공이 누구였는지

부식된 기억을 끄집어낼 수 없어 내 아침의 색채가 자주 짓이겨지곤 했다

모래바람 부는 입속에 한 근짜리 태양이 뜨고 논바닥처럼 갈라진 혀가 마비되어

모국어를 잃어버렸다

녹슨 바람의 낙차로 혀는 더 이상 자랄 수 없었다

벌컥벌컥 들이마신 냉수로 갈증 난 새벽을 적시고

기울어진 아침의 각도를 쟀다

이번에도 어김없이 카드승인 안내문자가 휴대전화에 수신되어 있었다

또 내가 지갑을 열겠다고 고집을 피웠음이 분명하다

아내의 목소리가 얹힌 아침이 조금 더 기울었다

어떻게 집에 왔는지 마지막까지 누구와 있었는지 기억이 단단하게 굳었다

 

도무지 알 수 없는 이 공허함은 무엇인가

내 몸에서 빠져나간 말의 빈자리가 너무나 황량한 벌판이다.




블랙아웃*  과음으로 인한 일시적 기억상실 현상




댓글목록

힐링님의 댓글

profile_image 힐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블랙아웃이 무엇입니까.
시인님과 저만이 아는 비밀의 병기창이지요.
병기창에 언어의 무기가 가득 차 있으니
쌓아두면 무얼 합니까.
이스라엘이 전투기에 싣고 가서 날리듯
마음껏 날리면 속이 후련하지요.
시인님께서  언어의 병기가 얼마나 많을까요.
숨겨둔 것 뿐이지죠.
한 방 제대로 먹을 때 그 위력을 잘 아실 것입니다.
통쾌 상쾌의 그 마음을 오늘 저도 가져 봅니다.
술이라는 전투기를 몰고 허공 속을 휘젖고 날았으니
블랙아웃 될 수 밖에..................
저도 그 전투기에 탑승해서
블랙 아웃되고 싶습니다.


수펴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힐링시인님 공감해 주셔서 고맙고 감사하고 힘이 됩니다.
아침에 투표 마치고 야외용 원목테이블에 페인트작업했습니다.
즐거운 공휴일 되십시오.

힐링님의 댓글

profile_image 힐링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붓이 가는데로 미음이 따라가면
그것은 자유를 얻는 것이죠.
저 또한 붓을 잡으면 아름답게 색칠하고 싶어하는 것은
무엇일까요.
시인님의 등 뒤로 깔리는 봄햇살이
이 세상에 가장 아름다운 물감으로 섞이어
붓이 가는 그곳에는  단란한 가족들의 행복을 봅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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