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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형극의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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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507회 작성일 20-09-16 09:36

본문



이 안에는 높이도 깊이도 없다. 그것은 사각형의 꽉 짜인 어둠이다. 어머니가 아이를 안고 와서  

은하수 속 요동치는 메아리 안에 풀어놓는 극장이다. 이층이 없는데 위로 올라가고 있는 엘레베이터. 

나는 은빛 철조망을 기어올랐던 

내 유년시절 어느 창녀의 아이들을 기억한다. 흑발의 미국소녀 한 명과 

금발의 한국소녀 한 명을. 그 아이들의 치마는 똑같이 

콧물과 풀즙으로 퍼렇게 물들어있었음을. 나는 그중 한 아이 손목에 길게 

칼자국같은 것이 있었음을 기억한다. 인형사가 등장한다. 흑발의 미국소녀 한명이 등장한다.

인형사는 그 소녀 등뼈에 철사같은 것을 꿰더니 소녀 얼굴에 금속판같은 것을 붙였다. 다시는 떨어지지 않도록. 

인형사가 만족스러운 손을 움직일 때마다 소녀는 도약하였다. 치마 아래 재재바르게 꿈틀거리는 말미잘이 허공에서 해체된다. 아떼르. 앙레르. 너의 엄마는 죽었단다. 

나는 구정물 안에 둥둥 떠있는 구더기 한 마리를 발견하였어. 짧은 치마를 입고 웬지 성나보이는 얼굴로 

짓밟혀서. 그 표정에는 추한 화상자국이 있었지. 인형사가 갑자기 찡그런 얼굴로 손가락을 뻗어 

소녀의 심장을 꾹 눌렀다. 인형이 된 소녀는 아무 표정 변화가 없었지만, 

내 입으로부터 절규가 새나왔다. 구더기의 심장이 무대로 기어올라갔다. 나와 관객들은 모두 봄을 지나 여름으로 가고 있었다.

담장을 가득 덮은 후박나무 잎새들이 연록빛을 거쳐 청록빛으로 나아간다. 

인형사는 줄을 놓더니 우물 속으로 기어들어갔다. 소녀는 무대 바닥에 내던져졌다. 

관객 한 명이 우물로 가더니 우물에 두꺼운 뚜껑을 덮었다. 

"거기라면 인형을 더 잘 조종할 수 있을 거야. 아니, 지금쯤 인형사는 인형이 되어버렸을 걸?" 사루비아꽃인지 

원추리꽃인지 모를 그것이 내 곁에서 중얼거렸다. 나는 그 인형사가 자기가 닦아놓은 거울 안으로 

들어가버린 것이라 생각했다. 거울 안에는 균열이 간 소녀들이 있었을 것이다. 한 소녀는 잘 웃었고 다른 소녀는 늘 시무룩했다. 그리고 내 누이는

청록빛 풍선처럼 부풀다가 터져죽었다. 

어디선가 내가 모르는 손이 나타났다. 그 손은 이제 해골이 된 인형사를 조종하고 있었다. 

높이 솟은 검은 굴뚝이 금발이었다. 

별과 어둠이 동시에 객석에 있는 우리 머리 위까지 내려왔다. 그때였다. 무대 바닥에 널부러진 소녀의 등이 짝 갈라지더니 커다란 

나비 한마리가 변태되어나왔다. 그 날개는 찬란하고 날개 위 매달린 보석들은 주먹만했다. 

하지만 객석에 있는 그 누구도 박수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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