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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는 아랑곳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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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맥노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093회 작성일 20-10-31 0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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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는 아랑곳 없이



박스가 박스를 낳는다
날마다 산더미처럼 태어나는 박스들
박스의 사명은
빠르게 사라지고
새로운 박스가 그 자리를 대신하는 것

박스가 달린다
하루치 수백 개의 박스가
그를 장착하고 달린다
그는 소진되지 않는다

엘리베이트도 없이
가파른 언덕이나 계단도 단숨에
휘청거리는 어깨와 등짝에 올라타고
끙끙대는 소리를 콧노래로 들으며

박스는 지치지않고 잠들지 않으면서
자정을 지나 새벽까지 달린다
광포한 폐활량을 자랑하면서

마침내 박스에서
죽음 하나가 툭, 떨어진다
시퍼렇게 눈 뜬 죽음 하나기
박스 더미 위로
박스를 뭉개고 쓰러진다

열 개의
백 개의 죽음들이
잠을 저당잡힌 녹초가 된 죽음들이
여기저기서 무더기로 쏟아진다
그래도 박스는 아랑곳없이 달려가고

아침에 눈을 뜬 사람들이
반갑게 죽음이 담긴 박스를 연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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