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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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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3건 조회 1,883회 작성일 20-10-31 07:52

본문

 


어쩌면 나는

스스로를 향해 저 능선 너머 무언가 있다고 손가락질

해야 할 듯해. 허공을 지향 없이 날아가는

풍선에도 심장이 있다고. 불타오르는 해바라기를 

나무 창틀에 놓아두는 일에도

마음에는 꼭 맺힌 것이 있다고. 

아침

숲으로 향하는 길 위에

선 적 있었지. 

젖은 흙 위에 

죽어 떨어진 아기새가 눈을 감지 못하는 것을

본 적 있었지.

내 옆구리에는 빈 스케치북 하나가 

끼어져 있었으며,

4B 연필 끝에는 슬픔이 맺혀있었지. 

누군가 아기새의 눈망울에다가 

투명한 이슬을 얹어놓았어.

이슬방울은 어디에나

깔려있었지.

내 발끝부터 서서히

차갑게 적셔오는 것이었어. 

내가 걸어올라가는 오솔길 끝에 

작은 학교 하나 있었고,

운동장 한쪽 끝에는 훨훨 날아가는

나비꽃들이,

다른 쪽끝에는 청록빛 심해로 가라앉아가는

페르골라가 있었지.  


 

댓글목록

날건달님의 댓글

profile_image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글, 잘 감상했습니다. 오래전 회색의 세상 속에 갇혀 살다 램브란트처럼 빛의 세계를 동경한 화가가 있었지요. 갈색의 낮은 곳에 머문 인생들을 보듬어 캔버스 위에 펼쳐 놓았던 그 사람, 광활한 밀밭에서 청록을 동경하며 자신의 가슴에 총알을 날렸던 사람, 이 글을 통해 그이의 하얀 캔버스 위에 시인님의 시가 비치는군요.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가 다녔던 중학교가 산위에 있었는데, 그 아래 숲이 있었습니다.
스케치북을 들고 숲으로 다녔던 때가 있었습니다.
제일 좋은 전망은 어느 무덤이 있는 곳이었지요. 그 아래에서 멋들어진 소나무숲과 등성이가 보였으니까요.
무덤 부근에 쪼그리고 앉아 소나무숲을 그리노라면
사람들이 구경한다고 몰려들었지요. 학교에 올라오면 운동장 한구석 페르골라 -
제가 짝사랑하던 여자아이가 거기 있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키가 아주 크고 해맑던 여자아이였는데, 시를 굉장히 잘 써서 상도 여러번 받고 했습니다.
다른 것은 다 시로 쓰겠는데, 이 여자아이만큼은 시로 쓸 수 없네요. 담으려 해도 담으려 해도
그 아이의 본질은 손 안에서 빠져나가버리네요.

날건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 통의 러브레터군요. 그 시절은 다 그랬던 것인지는 모르겠으나 시인님과 저의 유년 시절이 유난히 많이 닮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말씀 드리는 것이 혹 실례가 될지 모르겠으나 마르셀 프루스트를 한번 만나보시죠. 평안한 휴일 아침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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