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 창작시의 향기

본문 바로가기
사이트 내 전체검색
시마을 Youtube Channel

창작시의 향기

  • HOME
  • 창작의 향기
  • 창작시의 향기

     ☞ 舊. 창작시   ☞ 舊. 창작시   ♨ 맞춤법검사기

 

▷모든 저작권은 글쓴이에게 있습니다. 무단인용이나 표절금합니다
▷시스템 오류에 대비해 게시물은 따로 보관해두시기 바랍니다
1인 1일 1편의 詩만 올려주시기 바라며, 초중고생 등 청소년은 청소년방을 이용해 주세요
※ 타인에 대한 비방,욕설, 시가 아닌 개인의 의견, 특정종교에 편향된 글은 삼가바랍니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751회 작성일 20-11-04 22:28

본문







밤이 왔다. 수많은 밤들마다 별이 돋았다. 아니, 별이 돋는 것이었다 하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할 지 모른다. 아니, 별이 돋는 것이었다 하고 나는 말했어야 했다. 난설헌이 시를 쓰다가 붓을 멈춘다. 그녀의 붓 끝에 별이

돋았기 때문이다. 별에는 무수한 가지가 있어서 그 가지 끝에 잎이 돋고 가 갸 거 겨 

원초적인 발음을 배우고 있다. 내 어릴 적 높은 장독대 올라가 간장항아리 내부를 들여다보면

찝찔한 냄새 속에 맑은 물이 가득차 있었다. 밤만 지나고 나면 이상하게도 항아리 안에 가득

물이 찼다. 나는, 항아리 안이 움찔하고 움직이며 수많은 밤들이 그 검은 공간 속에서

나고 지는 것이 신기했다.  

나는 사타구니에서 스물스물 검은 날개가 돋았다.

 

나는 미닫이문을 밀어서 닫는다. 나는 난설헌의 눈꺼풀이며 입술이며 그녀의 감각이 풀려나가 우주 한 구석으로 퍼져나가는 그 정적을 열었어야 했다. 그 작은 몸으로부터 비롯된 정적은 이제 나보다도 크다. 누군가에게 그 정적은 우주만큼 크다. 

미닫이문이 저절로 열린다. 미닫이문은 날 열었어야 했다고 

자책했던 것일까. 하지만 오늘밤, 차가운 바람이 모였다가 내 어깨를 툭 치고 멀어져가는 거리, 나는 

시멘트담장 아래 잠시 멈춘다. 내 누이가 시를 쓰고 있다. 창문이 열리지 않는다. 하지만 

나는 내 누이가 쓰는 시를 읽을 수 있다.


그것은 나의 유년시절에 관한 것이었다. 일본 다이지에서 돌고래들을 학살하는 축제가 열린다고 한다. 바닷물이 온통 빨갛게 물들고 

돌고래들은 자해를 한다고 한다. 나는 연탄재와 빈 병이 굴러다니는 비탈진 언덕을 올라가 

연탄재와 깨진 유리조각들 사이에서 엎드려 있는 강아지 세마리의 시체를 보았다. 구더기가 강아지들의 눈알을 이미 파먹었다.

강아지들은 찡그린 표정과 비웃는 표정이 뒤섞인 시를 적고 있었다. 웬일인지 난 

그 시를 읽으며 황홀을 느꼈다. 그것은 호박꽃 초롱에 대한 것이기도 했다. 휘청이며 허공으로 기어올라가는 

줄기를 바다에 던지던 기억. 내 유년시절의 문지방을 건너면 

아이 하나가 청록빛 풍선처럼 부풀어 조용히 터지고 있었다. 젊은 아버지께서는 열꽃이 번져가는 머리통을 가만히 들어올리셨다. 수줍은,

작은 원두막 아래 잘 생긴 수박통들이 팔다리 

잘려 굴러다녔다. 멀리서 폭죽소리가 들려왔다. 

머리에 흰 천을 질끈 동여맨 어부들이 새빨간 물결 속에서 

내장이며 지느러미며 두개골같은 것을 건졌다. 기차가 쏜살같이 명성산을 지나간다.


나는 누이의 시를 마저 읽는다. 시의 각막 안에 또다른 이의 각막이 있다.   


어둠 속으로 슬며시 헤엄쳐 사라지는 지느러미가 보인다.


난설헌의 뒷모습도 보인다.  


떠올라가는 물거품들이 희미한 가로등이 된다.


  



 


댓글목록

창가에핀석류꽃님의 댓글

profile_image 창가에핀석류꽃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밤은 참으로 많은 이미지를 그려내는군요.
까치발로 궁금증 너머를 보던 깊은 항아리 속의 쩔어 쿰쿰한 냄새와
그 깊은 바닥을 밤의 모세혈관에 연결시키는 코렐리님의 사유가 깊습니다.
"차가운 바람이 모였다가 내 어깨를 툭 치고 멀어져 가는 거리" 마음에 와 닿습니다.
그 시멘트 담장아래 가만이 서서 누군가를 바라보는 밤,
꽃망울 처럼 터지는 유년의 기억들을 부려놓고 지느러미를 드러낸 채 슬며시 사라지는
시인님의 밤을 잘 감상하고 갑니다. 고맙습니다.

코렐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간장독 안은 "내부가 움찔움찔하는 찝찔한 냄새 나는 동굴"이지요. 내가 본 가을밤을 이 동굴과 연관시키는 것은
사실 즉흥적으로 어릴 적 보았던 경험이 떠올라서요.
생각나는 것들을 막 부려놓아서 시가 좀 어수선합니다. 좋게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Total 40,988건 1 페이지
창작시의 향기 목록
번호 제목 글쓴이 조회 날짜
공지 운영위원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9 03-20
40987 일미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 18:03
40986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6 12:18
40985 페트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3 07:44
40984 힐링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05:37
40983 아침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 04-29
40982 마콜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27 04-29
40981
인사 댓글+ 2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 04-29
40980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 04-29
40979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2 04-29
40978 아침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1 04-28
40977 안개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 04-28
40976
조깅 댓글+ 2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0 04-28
40975
딸기꽃 댓글+ 2
토끼인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 04-28
40974
환상의 아침 댓글+ 2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9 04-28
40973
내 입술의 말 댓글+ 2
솔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 04-28
40972 페트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 04-28
40971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04-27
40970 아침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5 04-27
40969 마콜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0 04-27
40968 토끼인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3 04-27
40967
고장 난 지퍼 댓글+ 10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10 04-27
40966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 04-27
40965 페트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04-27
40964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 04-27
40963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 04-27
40962 솔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 04-27
40961 아침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4 04-26
40960 정동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 04-26
40959 마콜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3 04-26
40958 10년노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 04-26
40957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 04-26
40956 나비처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 04-26
40955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04-26
40954 넋두리하는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 04-26
40953 솔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 04-26
40952 아침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 04-25
40951 고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9 04-25
40950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9 04-25
40949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6 04-25
40948 마콜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 04-25
40947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 04-25
40946 나비처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 04-25
40945 덤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4 04-25
40944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 04-25
40943 솔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6 04-25
40942 10년노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8 04-25
40941 10년노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3 04-24
40940 아침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 04-24
40939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 04-24
40938 마콜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6 04-24
40937 손늠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0 04-24
40936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9 04-24
40935
궁금증 댓글+ 2
10년노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 04-24
40934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8 04-24
40933 목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7 04-24
40932 湖巖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1 04-24
40931 이정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97 04-24
40930 10년노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7 04-23
40929 장 진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52 04-23
40928 그대로조아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122 04-23
40927 10년노예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8 04-23
40926 아침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2 04-23
40925 마콜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44 04-23
40924 풀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33 04-23
40923 정민기09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5 04-23
40922 덤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3 04-23
40921
이 멋진 밤에 댓글+ 1
넋두리하는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81 04-23
40920
햄버거 댓글+ 2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1 04-23
40919
은하 댓글+ 1
노을피아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62 04-22
게시물 검색

  • 시와 그리움이 있는 마을
  • (07328)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나루로 60 여의도우체국 사서함 645호
  • 관리자이메일 feelpoem@gmail.com
Copyright by FEELPOEM 2001.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