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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백꽃 여자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2,187회 작성일 20-11-12 20:53

본문

동백꽃 여자


그녀는 홀연히 우리 사이에 나타났지.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우리는 그녀를 동백꽃 여자라고 불렀지. 왜 그녀를 동백꽃 여자라고 

부르게 되었는지 아무도 몰랐지. 

그녀는 언제나 우리 사이에 있었다. 

그녀는 늘 우리 사이에서 외계어로 말을 했어. 비록 그 말을 이해할 순 없었지만, 

동백꽃은 새빨간 피로 흘려쓴 악보같은 것이라고

그녀를 탐하는 것은

이미 죽어 육탈하기 시작한 누이의 몸을

쓰다듬으려는 것 같았지. 

그녀가 테이블에 앉아 하이볼 글라스를 들었을 때

내 친구 중 하나는 그녀의 손목이 커다란 동백꽃 숭어리라는 것을 보았지.

그녀가 높은 계단을 위태로이 내려올 때

내 다른 친구는 그녀 다리가 흔들리는 동백꽃 숭어리임을 보았지. 

동백꽃 움직임.

동백꽃 속삭이는 소리의 궤적이 

어쩌면 그래서 늘 

얼굴 반편을 가리고 있었는지 몰라. 

나는 그녀의 폐 속에 새빨간 동백꽃 숭어리가 폐 벽을 뒤덮는 걸 보았지.

그 동백꽃들은 점점 더 늘어나서 

그녀의 폐는 그 황홀한 것들에 잠식되어가는 것이었어.

그녀의 폐는 그녀를 각혈해내고 

시는 추한 것을 낳고 

추한 것 속에서

동백꽃잎은 찢어지고

염증같은 동백꽃이 몸부림쳤다.   

우리는 그녀의 이름을 몰랐지. 알려고도 하지 않았어.

그냥 그녀를 동백꽃 여자라고 불렀다. 

그녀는 늘 우리 사이에 있었고, 

동백꽃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지는 법이 없었지.


    

댓글목록

날건달님의 댓글

profile_image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가 정장 차림으로 붉은 카펫과 샹들리에가 화려함을 더해주는 스칼라 극장에서 주세페 베르디의 오페라를 감상하는 기분이랄까요. 좋은 시, 잘 감상하였습니다. 시인님!

박수를 보냅니다. 브라보!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게 보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의도한 바를 잘 짚어내 읽어주시니 감사합니다.
호평을 받을 만한 글인지는 자라 모르겠습니다만,
열심히 하라는 말씀이신 줄 알겠습니다.

날건달님의 댓글

profile_image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읽어 내려갈 때마다 느낌이 새롭습니다. 시가 좋아서 읽고 또 읽었습니다. 시의 여백 속에 가수 이미자 씨의 동백 아가씨를 흥얼거리던 어머니의 모습과 골목길을 주름잡았던 때꼬장물 줄줄 흐르는 어린아이가 어머니의 무릎을 베고 누워 칭얼대는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시인님의 시는 늘 새로움을 느낄 수 있어 참 좋습니다. 건필하시고 평안한 밤 되시길 바랍니다.

레떼님의 댓글

profile_image 레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간 잘 지내셨는지요 시인님,

저는 왠지 슬프게 다가오는 시 입니다. 느낌이 그렇습니다..뭐라 형언 할 수는 없지만
그 슬픔을 너무 담담하게 풀어낸 듯 하여 더욱 더 슬프게 다가오는 듯
늘 읽어도 정갈함을 잃지 않은 글에서 시인님의 모습이 보이는 듯 합니다

잘 일고 배우고 갑니다
주말 즐거운 추억 많이 만드시길....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잘 지내셨는지요.
제 시가 뭐 배울 것 있는 시는 아닙니다. 저 시에서 뭘 배우신다면 그건
원래 레떼님에게 있던 것이겠지요.
별 것 아닌 시를 좋게 이야기해주셔서 기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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