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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의 성찬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1활연1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1,171회 작성일 21-02-08 00:23

본문

한밤의 성찬

      ─윤




  거실 조도를 조금 낮춘다
  치자나무에 물을 주고 수족관을 살핀다

  포트엔 열대야 나무가 물이었을 때 우린 서로 몰라보았다 커피가 나무였을 때 우린 닮은꼴이야 나는 열매가 없고 너는 불 위를 건너왔지 달력엔 오후 네 시라 적고 그날엔 햄버거를 먹어야겠다 다짐한다

  밤낮이 함께 앉아 체온을 재는 건 수건의 일이고 안색을 살피는 건 수건의 일이고 나는 식탁에 광장을 그린다 많은 사람이 지나쳐도 모르고 많은 바람이 불어도 안주머니에 손을 넣고 다닌다 나는 반대쪽으로 도는 시계를 갖고 싶은데 원탁의 기사처럼 둘러앉아 무거운 투구를 벗고 창을 어슷하게 세워놓고 칼과 도마를 지나온 것과 물과 불을 건너온 네모난 것들의 마음을 만져본다

  고양이가 이불을 꾹꾹 누르고 태아처럼 웅크린 밤
  식탁엔 조촐한 성찬 냄새가 난다



 

댓글목록

싣딤나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싣딤나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저 같은 까막눈에겐 이렇게 술술 읽히는 시가 좋습니다.
치자 나무에 물을 주고 수족관을 살피는 시인의 모습이
선연하게 떠올라 좋습니다. 왜 시인님께서 전인권을 닮았
을 것 같다는 생각을 자꾸 하는지 모를 일입니다. 원빈
현빈급인데 큭큭 제가 시인님을 욕되게 하는것은 아닌지,

원빈이나 전인권이나 누구를 닮으시던지 올해도
아프지 말고 건강하십시요.

승윤님의 댓글

profile_image 승윤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늘 누구실까 궁금한 분이 오셨네요.
저는 저를 닮았고 얼굴은 추남 중에서 하급입니다.
인물만 좋았으면 미국 대통을 꿈꿔볼 것이었는데...
오래도록 시와 동무를 했지만,
아직 제 소리가 없네요.

시가 딱히 어떤 모습이어야 한다는 생각은 없지만,
의식도 형식도 자유롭다는 생각을 합니다.
사람은 더러 프로테스크 침대에 눕히고 사람을 재단하려는 버릇이 있기도 하지만,
우리는 시에서 자유를 느끼려 하는데......
문장의 억압이 생기면 불편하기도 하겠지요.
그러나 볼거리도 다양하면 골라 취식하겠지요.

좋은 시 쓰시기를 응원합니다.

하림님의 댓글

profile_image 하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조촐한 모임도 5인 이하여야 합니다
냥이 가족과 모였으니 누가 신고하지는 않겠지요
졸지에 제가 성찬에 참여하고 갑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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