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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들.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삼생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164회 작성일 21-06-08 20:57

본문

 

고통들

 

 

새 살이 돋았던 곳에 다시,

고통이 파고들어 집을 지었다.

고통은 늘 같은 자리에 터전을 잡는 습성이 있었고

새로운 고통이 다른 자리에 파고들때면

나는 술을 들이부어서 아침과 저녁과 낮을

뒤 섞어 놓았다.

그렇게 48년이 지나가려다.

문득 흐릿한 쇼윈도에 비친 낯선 나에게서

익숙하지 못한 포도 알갱이와 썩어들어가는 마늘 조각들이

위태롭게 매달려 있었다.

그가 내가 맞는지 더 깊숙이 들여다 보았다.

주님을 믿으셔야 합니다.

주임 목사가 돈다발에 침을 뭍히며 지나가고

표정 없는 소년를 안고 지나가는 안 신부님,

막 고기 뷔페식당을 나오는 영철스님의 웃음소리,들이

지나가고 또, 지나가고

나는 쇼윈도 안과 밖의 경계를 이루는 유리벽에

손을 대어 보았다.

입김이 서린 곳에 다른 지문들이 보이다가 사라졌다.

들어오세요.

가게 주인의 친절함에 나는 잠깐 미소를 지어 보인다.

내가 서둘러 자리를 피하자

별 미친새끼가 재수없게.

그의 목소리가 고통을 더 자라나게 한다.

 

 

 

.


댓글목록

이강철시인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강철시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헐 ~
[별 미친새끼가 재수없게]에서 웁니다ㅜ,.ㅠ
단순하지만 명쾌하게 비극적인 시입니다 ㅠ,.ㅜ
부와 명예를 잃은 거리를 고통의 속에서 전전하는 듯한 모습입니다
만48세시군요. 전 만38세입니다, 그냥 40세죠
저와 10년 차이거나 9년 차이겠네요
시마을창방에서 많이 활동해주세요, 그리고 시집을 출판해주세요
이미 문학을 관두셨다지만 열정이 보이십니다
하여 술을 마시시고 취기로 쓰신다지만 진정으로 시를 좋아하시는 것을 느낄 수가 있습니다
꼭 사서 읽고 싶습니다 고맙습니다

날건달님의 댓글

profile_image 날건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통은 언제나  아린 자리에 새 살이 돋을 때만 되면
또다시 그 자리에 골을 파고 자리를 잡더군요.
가히 텃새의 제왕이라 할만합니다.

예전 나미 씨의 빙글빙글 이란 노래가
인기를 끈 이유를 요즘에 와서 알겠네요.

누구나 한 번쯤 욕실의 전신거울 앞에서 발가벗은 몸을 바라본 적 있을 테지요.

부르트고 탄력 없는 몸뚱어리에
크고 작은 옹이들이 비린 생선의 썩은 내장처럼
덕지덕지 붙어 있지요.

그럴 땐 속으로 아, 개 같은 인생이여~~ 하고 외쳐 보기도 합니다만,

배추 몇 포기 얻고자 메마른 땅을 곡괭이로 그리도 파헤쳐놨으니...
얼마나 아팠을까요?
살면서 니맘은 저멀리에 내버려 두고 내 맘에만 너무 값을 매기다보니..

잘 감상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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