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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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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0건 조회 1,148회 작성일 21-10-14 02:50

본문

시인 




시인은 시를 이해하려고도 규정하려고도 해선 안된다. 시가 무엇인지에 대해 말하려 해서도 안된다. 아무리 붙잡으려 해도 포착하려 해도 계속 다른 문이 열리고 세계가 열리는 그런 거대하고 신비로운 것으로 생각하라. 내가 시를 안다고 생각하는 순간 그 사람은 끝이다. 어딘가 닿고 있다 생각해도 그 사람은 끝이다. 이 게시판 잘 쓴다는 시인의 글을, 전문가에게 보여주니 어디서 본 글 줄줄 이어붙인 것이라 하더라. 폐에 눌어붙어 아무리 뱉으려 해도 뱉어지지 않은 피 섞인 가래를 마침내 뱉어냈을 때 그 짙은 핏덩이같은 글이 시가 되어야 한다. 내 시에 그런 핏덩이가 몇개나 되나 되돌아보라. 붓 끝으로 줄줄 설사하듯이 나온 글들은 아무리 유려하더라도 아는 이들의 비웃음만 산다. 


자기가 정말 잘 아는 것을, 경험과 인식을 써야 한다. 아무리 내가 보기에 참신해도 잘 모르는 것은 써선 안된다. 허공에 붕 뜬 추상적인 글이 되기 쉽다. 가보지 않은 세계일주에 대해 상상해서 화려하게 쓴 글보다 오늘 아침 깎다가 부러진 내 손톱에 대해 쓰는 글이 훨씬 낫다. 하지만 경험에 대해 쓰고 마는 것은 시가 아니다. 손톱은 어떤 빛깔이었나, 왜 부러졌나, 전에 손톱이 부러졌던 경험이 있는가, 손톱이 부러지는 소리는 어땠는가, 손톱이 부러지는 고통의 감각은 어떠했나, 그 감각의 정체는 무엇일까, 손톱이 부러진다는 것은 내게 어떤 의미일까 등, 입체적으로 다각적인 방향에서 접근한 다음 그것을 조립해서 입체적인 것을 만들라. 


시는 내가 느낀 것을 말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느낀 것을 독자에게 그대로 느끼게끔 해주는 것이다. 내가 무척 화났다고 해보자. 내가 무척 화났다고 남에게 이야기해주어도 그 사람은 내 화를 느끼지 못한다. 그냥 '아, 이 사람은 화가 났구나'하고 짐작할 뿐이다. 이것은 시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오늘 있었던 일을 객관적으로 이야기해주면서 "사실은 내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화가 안났어"라고 이야기했다고 하자. 듣던 사람이 오히려 분통이 터져서 '아, 이 사람은 이런 일에도 불구하고 화도 안내나?'하고 생각했다고 하자. 이것이 시다. 


상투적인 것을 배격하라. 시에서 상투적인 표현은 가장 더럽고 냄새 나고 역겨운 똥이다. 상투적인 표현을 남발하는 것은 제 손으로 똥을 쌓아올려놓고 꽃을 만들었다고 자랑하는 꼴이다. 이런 똥냄새 나는 글을 설사하듯 술술 흘려내는 글이 최악이다. 어떻게 이런 것을 피할 수 있는지 고민하고 또 고민해라.


젊은 시를 써라. 당대의 목소리를 내라. 30년 전 40년 전 심지어는 50년 전 글을 지금 쓰고 있는 "화석"이 되어선 안된다. 시에서 노인네 냄새를 없애라. 하지만 시류에 그냥 따라가서는 안된다. 젊은 사람보다도 더 젊은 목소리를 낼 생각을 하라. 그것은 젊은 목소리를 비판적으로 바라보고 그것보다 한 발 앞서 미래를 바라보는 일이다. 나이만 젊은 노인네들도 많다. 나도 반은 노인네라 이것만은 어쩔 수 없다. 


경험을 넓혀라. 내가 경험해보지 않은 것을 일부러 찾아가 경험해 보라. 새로운 것을 보고 한번 충격을 받을 때마다 시가 넓고 깊어진다.  



    

 

 


            

댓글목록

소녀시대님의 댓글

profile_image 소녀시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공석중인  평론의원님으로 추천합니다

다만 한가지 제의견은
어차피 시인의글빨은 표절이라 사료됩ㄴ다
많은 독서와 그걸바탕으로한 엑기스뽑아내기
습작이 아닐까요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표절을 극복할 수 있는 사람은 소수이겠지요. 엑기스 뽑아내기 그 다음 단계가 있지 않을까요? 평범한 우리는 노력할 뿐이겠지만요...... 그 노력의 흔적이 시에 남는 것만으로 성공이겠구나 생각합니다.

작은미늘barb님의 댓글

profile_image 작은미늘barb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코렐리 시인님! 오랫만에 뵙습니다.
어디서 본글 줄줄 이어 붙인것, 상투적인것 그런것을
유사언어라고도 하더군요.
저도 그런것들을 항상 고심하고 있습니다.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배움은 언제나 끝이 없지않나 싶습니다.
시 외에 코렐리님이 글을 쓰시다니 반가워서 머물다 갑니다.
가끔씩 코렐리님의 시들을 즐겨 보기도 하고 배우기도 합니다.
저는 요즘 다시 댓생을 하고 있습니다.
선묘를 겹치며 양감과 질감을 표현하며 완성할때마다 손의 감각이
시를 쓸때도 도움이 될것같다는 막연한 저의 무지한 생각입니다만
저는 괜찮은것 같습니다.
건필하시고 좋은시 많이 올려 주시기 바랍니다.
그럼...,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글 감사합니다.
탁견이십니다. 언어를 언어로 사용하는 것만이 대상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언어의 질감과 감촉을 활용해보려고도 하고,
세밀한 언어와 언어를 겹쳐서 양감과 질감이 나타나도록 하는 방법에 대해 연구해보고 있습니다. 작은 미늘님 생각과 일맥상통하는 것 같네요.
나중에 서로 발견한 것을 나누어도 좋겠네요.

삼생이님의 댓글

profile_image 삼생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옳으신 말씀 입니다. 시 라는 장르로 쓰신 것 같은데 산문시?로 읽겠습니다. 하지만 장르라는 것은 창작자가개발하는 것이니...

어떻게 쓰라는 것은 아마추어가 프로에게 코치를 받는 것입니다. 헌데 이곳은 솔직히 거의 대부분 등단 하신 분들입니다.
그래서 우수작 심사도 중단 된 걸로 생각해 봅니다. 모두 등단 작가인데 누굴 뽑느냐는 것이지요?
시인은 독자가 중요 합니다. 왜 일까요? 독자가 바로 밥줄 이기 때문입니다. 시인이 시집을 내면 독자가
많이 사 주어야 그 기반으로 다른 창작 생활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독자에게 외면 받는 시인은 이름만 시인이지 프로가 아닙니다. 단 저명한 문학잡지에 글을 싣고
원고료라도 받으면 시인 행세를 하는 것입니다.
그러기 전에는 다 같은 아마추어 작가 일 뿐입니다. 등단요? 여기에서 글 쓰신 분들 다 등단 하셨을 겁니다.
최소 시집 한권은 내셔야 시인이 되는 겁니다.

그리고 자신의 시에 대하여 비판 받는 것 또한 그리고 조언 받는 것 또한 시인의 일부분 이고 창작의 일부분 입니다.
그래서 평론가가 있는 것이고 문학상이 해년 마다 열리는 것입니다. 또한 베스트 셀러도 생기는 것입니다.

이상 시인은 오감도를 신문에 발표하자 마자 대중에게 몰매를 맞았지요?
결국 신문사에서 절필되어 불명예를 안았지만 100년이 되는 지금도 이상 시인의 형식을 따라 하고 있습니다.
그도 독자의 냉철한 비판에 대하여 외면 했을 까요? 아니라고 봅니다.

시인은 완벽한 존재가 아닙니다.
김연아 같은 선수도 늘 코치와 함게 하듯이 시인도 마찬가지 입니다.
자신이 놓치고 있는 부족함을 누군가 조언 해 준다면 정말 감사 할 일이지요.
.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삼생이 시인님도 치열한 시를 쓰시는 분으로 잘 알고 있습니다. 시인의 모든 노력도 결국 독자가 없이는 혼잣말이 되는 것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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