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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든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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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142회 작성일 21-11-05 11:57

본문

월든호수



투명한 물 위에 머무는 늦가을은 마지막 숨결로 쌉싸름한 저 멀리까지 진홍빛 잎들 바르르 떨리우고 있다. 하늘이 낮아지는 그것은 참나무 가지들이 중첩되며 다시 까만 흙에 반쯤 파묻힌 단풍나무 뿌리가 황홀을 탐닉하듯이 멀리 멀리까지 뻗어 있다. 그것은 책장 넘어가는 소리처럼 내 안의 시를 엿보고 있는, 그것은 발목까지 빠지는 젖은 나체로 어른거리는 작고 단단한 열매 직선으로 하강하는 정적 끝에 매달려 신음에 가까운 웃음으로 차가운 빛깔 이룬, 그것은 날개 없는 벌새 몸부림처럼, 사마귀의 청록빛 더듬이가 조심스레 늦가을을 두리번거리는 것처럼, 내 신경 속까지 침투하고 있는 가을은 호수 위에서 말이 없고 다만 뼈가 으드득 꺾이는 조용한 소리와 쇠사슬이 나뭇잎 안에서 찰랑이는 소리 어디선가 들려온다. 나는 이 나무들 사이에서 늙어 대궁과 꽃잎만 남은 여인을 불태웠다. 여인은 작아지고 작아져서 검은 바탕에 창백한 흰 빛이 군데군데 보이는 목각인형이 되어 버렸다. 얕게 만져지는 불길이 잔잔히 피어올랐고 불길 속에서 경사진 연기가 매캐한 문을 활짝 열었다. 솟구치는 불길은 그녀 속에서 심장과 골수와 폐를 빨아들이고 이리저리 바쁜 청설모는 수면 아래 그녀의 눈알들을 묻고 그녀는 아 월든호수는 콩코드숲 한가운데 조용히 묻혀 내가 사랑하는 것들은 검은 시취 속에 깊이 깊이 가라앉아 날갯짓 한번 없이 밀물의 오감과 썰물의 멀어짐 없이 펼쳐지지 못한 돛을 떨구는 흐느낌 닮은 소리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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