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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슴 사냥꾼의 영창곡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콩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1,313회 작성일 22-04-20 00:01

본문

사슴 사냥꾼의 영창곡



손가락과 손가락 마디에는 

흰 두건을 쓰고 들메끈을 단단히 조인

상여꾼의 만가처럼 


미줄처럼 촘촘한 생의 올가미들이 

아르페지오의 리듬으로 호흡이 

흘수선으로 까마득하게 갈앉아요


누이가 시집가던 날

어머니는 치마로 강물을 싸서 흘려보내고

누이는 분가루 같은 흰 눈빛을 날개에 묻히고 

한삼 옷고름으로 나비처럼 날아올랐어요


그리운 사람을 기리워 하는 것은

 

화석 같은 날들을 하양 기다리며  

잠연히 성찬을 차려 내는 일 


여명의 그림자 위에 촛불을 켜고 

정화수로 첫새벽을 합장하는 일


그날은 따뜻한 봄날로 회억되지만 

나비는 성에 속에 못 박힌 화석이 되었어요


무대 위로 

그리운 편지 같은 아르페지오의 떨림이 

손가락 끝에서 별빛 같은 문장들을 곱게 쏟아내요


그날의 행간으로 숨겨진 그대의 발자국처럼 

잘려나간 사슴의 뿔들이 버들강아지처럼 

나비 등에 업혀 요의자처럼 하양 날아올라요

댓글목록

두무지님의 댓글

profile_image 두무지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의 진수를 마음속 깊이 느끼고 갑니다.
무엇보다 누이가 시집을 가던 모습이 한편의 영화처럼 펼쳐 집니다
건필과 문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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