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나무 밭 아래서 그 부족은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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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나무 밭 아래서 그 부족은 살았다
배나무들은 새순과
가지를 밀어올리고 있었다
아침에 떠오르는
회색먼지와 안개 속에
모래주머니를 차고 벌레를 잡다가도
본성이 발동하면 수탉은 암탉을 향해
아침부터 알건달처럼 뛰어다녔다
그건 마치 속도가 느린
모노레일(monorail)에 걸터앉는 방식이다
암탉들은 이유를 불문하고
풀밭인 아래층에서 지붕 위로, 배나무 위로
탄식하면서 달아난다
그렇지만 그런 일들을 제외하고는
이 소규모 부족들은 별 소란 없이 사이좋게 온종일
풀밭에서 맛좋은 벌레를 쪼아대며 여유작작했다
병아리 바구니에는 따뜻한 알들이 놓여있었고
암탉은 알을 자기의 보석처럼 품고 있다
난생(卵生)의 특징을 잘 살리고 있었다
작은 공간의 세계를 깨트리면
그 알속에는 더 큰 날개가 숨겨져 있고
그 깃은 이전의 세계 밖으로, 더 큰 공간 속으로
폭풍성장하며 날아오른다
알을 깨고 나온 병아리가
눈을 뜨고 빛을 보며 걸음마를 하는 순간이다
그러나 이 부족은 커서도 걸어서 엄마 곁을 졸졸 따라다닌다
점점 모험과 탐험을 즐기지 않아
퇴화한 세족(勢族)들처럼 한 굴레에 모여서
전체 무리가 그 배나무 밭을 떠나는 일은 없었다
닭장의 사회에서 안전하고 안락하게 삶을 배불린 후에는
하나같이 울타리 밖에서 목숨으로 희생을 치룬다
누굴 위하여, 그들은 스스로 새가 아닌 닭이 되기로 선택했던가
선량해보이는 그러나 언제든 등을 보이며 돌아설 준비가 돼있는,
목숨을 쳐낼 칼을 쥔 군주나 법,
종교의 보호 아래 서라면
맹신의 무지(無知)에서 참다운 자유와 날개를 얻을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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