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지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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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도 뭣도 없고
돈도 시간도 다 있던 스무 살 시절
잡담 카톡방에서 후쿠오카행 비행기를 제안받았다
당시는 일본만화를 안 보고 늙어죽을 예정이었고
왜국 세 번 갈 돈 모아 미국 정도를 가는
큰 사람이 될 예정이었다 세상의 허락도 안 받고
미래에 예약한 자유를 위해 현재의 부자유를 착실히 저금하는
종 치면 자는 법 뛰는 법 노래하는 법 다 안 배우고
저금하는 법만 배우고 교문을 나왔다 나는
군대 짝짓기 시험 싹 그렇게 저금했다 눈은 항상
나 혼자만이 그려놓은 만화컷 밖 상상도에 가 있었다 남이 코팅까지 다 해놓은 줄거리는 존재도 모르고
그 결과는 뭔가?
그 통장은 어디에 있나?
모든 죄는 나에게 있다.
30년 담보 저금을 해약한 죄 30년 후 받는 이자란 게
못난이 애새끼가 흘린 과자부스러기 닦으며 타는 청룡열차와
단지 상가 옆 성가대 밴드만하다는 걸 미리 봐버린 죄
나만이 결정을 번복한 죄
저금을 잊어도 늦게라도 동인지가 뭔지 알아도
저금 생각에, 못 찾는 사기 저금 생각에
저금 지옥에 빠졌다 이마 맞댄 하루가 삼십년짜리로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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