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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충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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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313회 작성일 23-06-07 09:35

본문

파충(爬蟲) 시대

 

타원의 시간이 뱉어놓은 희고 누런 백사장이 벌어져있다

씻긴 모래는 강물의 고봉밥이다

시간의 지점을 지날 때 강물은 이 밥을 먹고 천리를 지나 바다로 간다

젖을 빨고 있는 물고기들이

인도의 늪에서는 거북이로 변하고

아프리카의 늪에서는 뱀으로 변하고

중국의 늪에서는 악어로 변하기도 하는가보다

금성(金星)으로 들어간 철의 사내가 민족의 영웅처럼 사마천 혼불 속에 사는데

그가 단단한 각질로 뒤덮인 악어로 둔갑하면

진흙땅을 긁으며 엉금엉금 기어다닌다

물고기가 변신한 악어들이

금성으로 들어간 사내가 변신한 악어를 따라다닌다

그들은 충직한 한 무리가 되었다

사자의 목을 물어 비틀고 코끼리의 코도 한입에 물어뜯을 만큼

급성장한 악어들은 위턱 아래턱이 쇠뭉치처럼 단단하다

()은 악어새처럼 이 치악력(齒握力)이 높은 입속을 들락거리며

누런 송곳 이빨 사이에 낀 먹이를 조금씩 떼어 먹는다

 

아무리 늪이 진흙탕 강물이라지만 눈 뜨고 잠잘 때

철바가지로 머리통 한대 때린다고 늪 속 악어가 꽥, 하고 금방 죽지는 않겠다

시베리아 호랑이도 겨울 늪에 갔다가 기가 빨릴 대로 빨렸다

동해 먼 앞바다 육지 도마뱀이

냉각수를 마시고 펄펄 끓는 바다에 혼자 버려진 듯 떠있는 건 이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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