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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푸레나무가 있는 그림(퇴고)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5건 조회 1,378회 작성일 23-12-03 14:28

본문

  

  물푸레나무가 있는 그림 





  당신은 크고 푸른 물푸레나무 아래 서 있었습니다.

  약간의 바람이 불고 산그림자 드리운 호수가 곁에 있는,

  또 버드나무가 자주 흔들리며 세월을 읽어주곤 했지요.

  나는 말없이 나무 곁에 앉아서 나무들의 이야길 받아 적곤 했는데

  이파리의 푸른빛이 공책을 물들일 적엔 내 낯빛까지 푸르러만 갔습니다.

  길이,

  숲속에서 걸어나온 좁다란 길이 하나 있었는데

  봄여름가을겨울을 시곗바늘처럼 시간을 바래다주었고

  시계는 화가의 그림에선 그려지진 않았지만

  주의 깊은 누구나 그림의 바탕색이 시간임을 금방 알아차릴 수 있었죠.

  그 큰 나무 아래 소실점처럼 서 있는 당신에게

  나는 실바람처럼 다가가

  역원근법으로 그림을 뒤집어 당신을 점으로부터 끄집어내고 싶었습니다.

  어느샌가 점점 커지는 당신, 당신은 소실점으로 그려졌으나

  본디 그림 앞에 선 나보다

  크고 뚜렷한 눈동자를 가진 커다란 나무였더랬습니다.

  그러니깐 처음 당신은 크고 푸른 물푸레나무 아래

  하나의 물방울처럼 그려져 있었습니다.

  눈과 귀와 코와 팔과 다리가 보이지 않던 희미한 그림자 같았던 당신을,

  순전히 알아본 건 그러나 나의 눈이 아니었습니다.

  낡은 숲을 오랫동안 걸어나온 길이 내게 거울을 가져다주었고

  나는 다만 거울 속에 비치는 당신의 모습을 보며

  물푸레나무처럼 하염없이 서 있을 뿐이었습니다.

  거울도 시계도 당신의 세세한 모습도 그려지지 않은

  그저 싸구려 그림으로 방 모서리에 걸려 있는

  무명의 화가가 그린 무명의 그림을 보며 나는 문득,

  오래되었으나 여전히 빛나는 숲속으로 들어가고 싶어졌습니다.

  그리고 길은 여전히 그림 속을 걷고 있을 테고요.

  


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profile_image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생명 향연에서 향유함으로 온전함의 마력에 입성하려 했습니다
생명 윤기로 순전함 더함을 하며 입경하여 세상과 같이 하려 했습니다
완전함으로의 길에서 생명 터울에서 신적 입성이 완만해졌습니다
생명 가늠 같이함으로 존재 가늠을 이루어내려 했습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제가 일천하여 깊은 뜻의 말씀을 다 이해할 순 없으나,
남겨주신 마음 감사합니다.
추운날 건강하시길 빕니다.

tang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의 본질성에서 물질이 풀려 있어 언급한 가치 코드가 맞지 않나 봅니다
물질의 빛 위엄을 되찾아 태양의 힘이 시에 이입되었으면 합니다

이옥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옥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 반갑습니다

무명화가가 그린 무명의그림을 보며 나는 문득

이 대목애서 내 가슴이 아려옵니다
내 자화상 같아서요
글을 쓴다고  말헸지만 무명 화기 그림처럼
누군가 읽어 준다면
그저 감사 할 뿐이랍니다
늘... 읽어 주시는 선생님께  감사 드립니다
감사 합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가 세련된 문장으로 써 내려가는 것도 멋지지만,
투박하나 생활의 진심이 스민 것도 정말 매력있다 생각합니다.
시인님의 시를 읽을 때마다 느끼는 것입니다.
무명이면 어떻습니까,
시는 언제까지나 '진심'이 아니면 낙서인 것을.
추운날 건강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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