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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 위의 명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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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泉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69회 작성일 23-12-30 10:14

본문

길 위의 명상

 

나는 아침노을 스크린(screen)에 들었다

아침 안개 피는 시냇가

얕은 냇물 자갈 틈 사이로

어둠을 찢고 나온

고요가 햇빛을 받아 반짝인다


산들의 이마에 입맞춤 하는

경건한 일출

마고자를 벗고 막 다가오는

동쪽 하늘은 선홍빛에 황홀하다

 

나는 잠시 차에서 내려

홀로 시냇가 풍경을 바라보며 멍청히 그대로 서있다

왠지 새처럼 지저귀고 싶지만 지저귀지는 않는다


한마디라도 사람의 말로 지저귀는 순간

숲에서 나온 영혼의 새가

손발에 짜 맞춘 직업을 가진 허다한 요까짓 사람으로 변할 테니까

오늘의 일상을 짐작하기 전에

나만의 명상 같은 우답불파 (牛踏不破)의 시간을

짧지만 즐겁게 평온으로 채운다

이 순간만큼은 자연이 나를 우연히 불러 세웠기에

나도 순간 자연으로 가서 돌아오지 않는다


자연은 두 갈래 길 이정표가 걸린 시계처럼 명확하다

해가 양지(陽地)의 방향을 가리키며 이제 다시 가야할 때

숨 쉬는 명상은 그만하고

일터로 일하러 가야한다고 집중할 것을 일깨워준다

 





마고자; 저고리 위에 덧입는 옷

우답불파 (牛踏不破) ;소가 밟아도 깨어지지 않는다는 뜻, 사물이 몹시 견고함의 비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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