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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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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김진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2건 조회 968회 작성일 24-02-13 08:04

본문

향기 

 

 향기가 사라졌다 아내에게서 더 이상 향기가 나지 않는다 연예 시절 정열적으로 짙었던 향기도 신혼 시절 은은하게 감미로웠던 향기도 쓸고 닦고 애태우고 억척스러워지는 사이 젊음과 함께 사라져버렸다.

 

 새벽 보름달처럼 맑고 눈부셨던 아내의 모습과 향기는 내 그림자에 가려진 게 틀림없다 그러니 아내의 꽃 같은 모습을 볼 수 없고 향기 또한 사라진 거다.

 

 어느 순간 나와 아내가 빚어낸 결정체가 떨어져 나가는 걸 느꼈다 처음에는 그게 뭔지 관심도 없었는데 지금에 이르러서야 그게 흠이라는 걸 짐작하게 되었다 흠은 암 덩어리만큼 무시무시한 속도로 커져 모든 걸 파괴하는 위협적인 존재가 되었다.

 

 비켜서서 아내 몰래 눈을 바라본다 눈치 빠른 아내가 나를 똑바로 바라보며 웃는다 우리가 빚어낸 결정체 그러니까 흠이라고 짐작한 그것이 알고 보니 별이란 확신이 든다 흠이 저렇게 빛날 수 있을까 이렇게 뭉클할 수 있을까

 

 별빛에 스며든 흠이 녹아내리고 길게 뻗은 내 그림자가 차츰차츰 줄어든다 그림자가 완전히 걷히자 빨간 동백꽃을 닮은 아내의 모습이 드러난다 동백꽃은 향기가 없는데 아내에게서 정열적이고 은은한 감미로운 향기가 난다.

 

 아내의 향기가 돌아왔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흠을 빛나는 별로 보신 시인님께 큰 박수를 보내드립니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인은 바로 시인님 곁에 계신 사모님이 시겠지요
아내분을 사랑하는 시인님의 향 짙습니다. 두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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