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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구석에 버려진 자의 변명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사리자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884회 작성일 24-04-02 09:39

본문

방구석에 버려진 자의 변명

 

남의 집에 가서 신발 벗을 때

불쑥 구멍이 나타나

많이 당황하셨나요?

답답하게 갇혀 지내다 보니

세상 넘어

또 다른 세상이 있을 것만 같아

감았던 눈 한 번 떠본 것뿐이에요

바람이 무슨 색깔인지

주인님 마음이 동그라미인지 네모인지

맨날 죽겠다는 사람들이

정말 죽어 쓰러지고 있는지

주제넘은 일인지 몰라도

나와는 별 상관없는 이웃도

종종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할 때가 있다는 거

인연이라고 하면

너무 감상적인 걸까요?

제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아는

신발과 엄지발가락도

당혹스러움의 귀책사유에서

자유로울 순 없으나

미워하지는 말아주세요

제 텅 빈 눈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주인님도 아마

미움 같은 게 다 빠져나간

다른 세상을 볼 수 있을지 몰라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묻지도 들어보지도 않고

이쯤에서 인연을 끊겠다고 한다면

좀 슬프기는 하지만

우리들의 관계에서

남는 건

정말 구겨진 체면뿐일까요?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구멍난 양말을 대변한 입장에서 글을 쓰는 것이 아닌,
글을 다루는 솜씨가 뛰어납니다.
좋은 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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