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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리에 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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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페리토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840회 작성일 24-06-30 17:13

본문

다 한 이불 속 입니다

뿌리 내린 것들은 다 한 통속 입니다


알갱이를 덩어리로 뭉치는 법은 

무조건 적금부터 넣고 본다는 엄마에게 묻기로 하고


일단 응어리는 키워야 합니다

없었던 일로 하고 풀어버리면 뿌리가 뽑힙니다

결국 응어리의 힘으로 서 있게 됩니다

굽신굽신 바람을 주물러야 합니다.

주억주억 빗방울을 가지고 놀아야 합니다

빳빳한 뙤약볕을 합죽선처럼 펼치고 

그림 같은 정적으로 

열 받은 속내를 감출 줄도 알아야 합니다

벌어먹고 사는 더러움이야 말로

사람과 지린내 나는 온기로 이어지고

고맙게도 반쯤 소화된 고기맛이 있습니다

살짝 맛이 간 어둠을 파먹고 사는 것 같아도

결국은 갓 지은 햇빛에 걸쳐 먹을 뿐입니다



자유를 찾아서 떠나는 곳은 늘 자유의 바깥,

캐리어처럼 질질 끌고 왔던 외로움을 밀쳐두고

다급히 벗어 던진 속박들이 널브러져 있는 침대에

풍덩! 빠져들 때 비로소 돋아나는 등지느러미를

물 밖에서 주워 책 갈피에 넣어 두기도 합니다


원래 제자리란 없습니다

내안에 구겨져 있던 지도를 땅속에 파 묻고 

그리로 망명한 것입니다.

급급하고 연연하고 전전긍긍 꾸역꾸역

빠지는 모양새들이 땅밑에 똘똘 뭉친 것입니다


세찬 비바람이 불면 

뜻밖에도 나무는 자유를 외칩니다

의외로 침묵은 말이 많고

자유는 원 없이 금기를 누립니다


바디페인팅을 씻지도 않은 사내가

지워진 알몸으로 부활절 달걀처럼 앉아

신문지 위에 차려 놓은 라면을 먹습니다

연보라 목고실 나무 꽃잎을 소주로 적십니다

사내의 대장에서 고구마처럼 포실포실 

살이 오르는 덩이 뿌리가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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