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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꽃을 바라보며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901회 작성일 25-06-07 18:47

본문

 

  난꽃을 바라보며




  이쯤에서 그만 하직하고 싶다던*

  옛 시인의 시를 생각하며

  가난하지만 아름다운 생을 바라본다.


  이쯤에서 작별하고 싶지 않아서

  이쯤에서 시를 멈추고 싶진 않아서

  난꽃 하나를 더 데려다 키운다.


  하늘의 웃음을, 흙의 눈물을

  모두 품은 꽃잎 위로

  햇살이 뒹굴다 노을 속으로 사라진다.


  오래전 교정의 히말라야시다 아래서

  숨죽여 읽고 생각하며 참 시를 꿈꾸던 소년은

  아직 거짓 아름다움의 더러움을 모르고


  아직 가난한 마음이 

  더욱 아름다운 이유를 까맣게 모르고.


  그 땐

  말이 시가 되려다 쓰러지고

  시가 아름다움이 되려다 찢어져버리길

  반복했다.


  시인과 작별하던 꽃의 기분을 모르던 나는

  내 푸르른 기분으로 시를 받아들였고 시는,

  꽃잎처럼 흩어지며 내 어깨 위로 내려앉았다.


  이 푸른 저녁

  삶은 가난함으로 시가 되고

  시는 가난함을 채움으로 아름다움이 되고

  아름다움은 치열함으로 진심이 되는 원리를

  다소곳이 가르쳐주는

  네 앞에 서서,


  이쯤에서 그만 하직하고 싶다던

  시인의 마음을 나는 이제서야 알 것 같고.


  진심에 둘러싸여 빛으로 안착하는

  저 낙화,

  이토록 아름다운 작별법을

  나는 어슴푸레 알 것만 같고.





  *: 박목월의 시 '난'.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난꽃이 품고 있는 숨은 뜻을 보물찾기 하듯 모두 찾아
멋진 시의 화환을 엮으셨네요.
늘 건필하십시오.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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