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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 Y, 그리고 ( ) 안의 구원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심휴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726회 작성일 25-06-14 04:32

본문

X, Y, 그리고 ( ) 안의 구원 [詩] 김시향

1. 변수 (Variable)

X는 언제나 흐릿하다.

아무도 잡을 수 없는 손.

눈을 감으면 보이는 점.

혹은 처음부터 존재하지 않았던

어떤 종류의 가능성.

그것은 계속해서 변한다.

나의 숨결처럼,

거리의 소음처럼.

Y는 고정된 것처럼 보이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면 떨린다.

손에 쥔 낡은 성냥개비.

어떤 종류의 약속.

그것은 가끔 스스로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아주 미세하게 휘어진다.

나는 그 휘어짐 속에서

나의 불안을 읽는다.

2. 상수 (Constant)

숫자는 없다.

측정할 수 없는 종류의 상수들.

아무도 보지 못하는 벽에 걸린 시계.

초침은 움직이지만 시간은 흐르지 않는다.

그것은 모든 방정식의 바닥에 깔려 있다.

지워지지 않는 먹물 자국처럼.

나는 그 위를 걷는다.

어떤 의미도 찾을 수 없는 발자국들을 남기며.

3. 기호 (Symbol)

더하기는 늘 뺄셈을 숨기고 있다.

하나가 채워지면

다른 하나는 비워진다.

나누기는 계속해서 자신을 분열시킨다.

가장 작은 조각 속에서

가장 큰 의미를 찾아내려는 시도.

곱하기는 아무런 소리도 내지 않는다.

그것은 그저

증식되거나 소멸되는

어떤 종류의 그림자.

4. 괄호 (Parenthesis)

모든 것은 괄호 안에 묶여 있다.

보이지 않는 투명한 벽.

그 안에서는 어떤 규칙도 통하지 않는다.

밖에서는 모든 것이 명확해 보이지만,

안으로 들어서는 순간

방정식은 깨어진다.

나는 괄호 밖에서

안을 들여다본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오직 비어 있는 공간만이.

5. 해 (Solution)

해는 없다.

어떤 숫자도, 어떤 기호도.

그것은 늘 다음 문제로 이어진다.

끝나지 않는 증명.

혹은 영원히 완성되지 않는 그림.

나는 그 답을 찾기 위해

나의 눈을 감는다.

어둠 속에서 나는

아무런 빛도 보지 못한다.

오직 나를 둘러싼 공기만이

아주 느리게,

아주 미세하게 진동할 뿐이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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