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의 틈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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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의 틈새〉
손끝에 닿았다 사라진 나뭇잎
쪼개진 달빛은 얇은 껍질의 묫자리에 스며들고
저녁 강 저편 꽃잎 하나
잠든 물살에 핏물처럼 번질 때
허공에 멈춘 손가락 위로
낡은 기척이 서늘히 내려앉는다
귓불에 걸린 웃음의 잔상
밤마다 퍼지는 썩지 않는 망각
누에의 고치를 풀어
그대 눈썹 곡선을 따라서
어둠 위에 매달면,
은빛 고름이 조용히 떨린다
달빛은 몽유병처럼 스미어
귤피 향기를 적신 낡은 숨으로
마른 입술을 적신다
산수유 붉은 기운은 거울 속
불꽃의 유골로 얼굴을 밝힌다
닻을 잃은 낡은 배 한 척
겨울 강 위에 숨을 묻고
바람조차 없이 몸을 흔든다
떠난 계절은 금 간 기억의 표면을 남기고
말라붙는 밤, 도토리 하나
잔설에 묻혀 굴러가는 비명
달빛에 찢긴 계절 속
마른 가지 위 쇠물닭 한 마리
잔설에 돌처럼 앉아
그 조용한 기척이
밤의 결을 부러뜨린다
서리 내린 밤
나는 터진 가면의 상처를
실오리로 꿰매고
이름 붙일 수 없는 고열로
조용히 봉합하였다
마지막 숨결이 은빛 묫자리에 스며들 때
나뭇잎은 달빛에 젖고
나무는 달빛 위에 선다
서늘함은 빛의 부러진 파편으로 남고
달이 지기 전 마지막 그늘에서
얼음꽃 핀 창문 틈새로
잊힌 계절의 실타래가 풀린다
밤새 내린 서릿발
유리창에 새긴 눈꽃 문자
새벽이 오기 전 죽은 달빛이
창가에 앉은 그대 그림자와
하나의 몸뚱이로 녹아내릴 때
흙 속 깊은 상처에서
뿌리의 맥박이 스프링처럼 튀어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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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ang님의 댓글
영적 영험이 당겨드는 생명 거죽 그리고 빼앗음의 환희로 영적 험로에 들면서 검음의 앗음에 다가서 홀로 있음을 말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