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수리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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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수리나무
숲은 도서관
당신은 나의 사랑하는 책
지나간 여름 내내
숲에게서 빌려와 당신을 읽었습니다
청설모며 어치며 산비둘기도 함께
생의 끄트머리처럼
가느다란 잎사귀 파르르 떨려도
햇살이
구부러진 가지 사이의 행간을
걸어다니는 오후엔
당신의 청명한 문장에 밑줄을 그었습니다
내 사랑
나의 시,
우리 오래된 약속
가끔 몸이 아파 숲으로 갈 수 없는 날엔
엎드려 당신을 필사(筆寫)했어요
그 때
내 몸에 닿아
실핏줄에게까지 새겨지던 당신의 사상
등기 소포처럼 가을이 오면
수취인의 서명인 양
한없이 던져주던 당신의 도토리들,
묵이 되고, 나무가 되기 전에
먼저 서정시가 되어주었던 당신
생의 마지막까지
난 당신의 시간 속을 거닐겠지요
그리고 의심하지 않을 겁니다
도토리 알갱이 속
약속의 시에 스며든
당신이란 가을,
그 투명한 낙엽의 수화(手話)를
언젠가
보이지 않는 손이
오래 넘겨온
당신의 책장의 해지고 바랜 꺼풀들 사이로
바람이 불어올 때까지
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존재로서 자기 기준을 넘어서는 과세의 현란한 미려함으로 세상과 조우할 때
떨어져 나가는 사실감에 방점을 두려한 어려움이 현혹의 미려함 그리고 생명의 존엄함과 같이 합니다
수려한 그리움이 내어주는 미려한 현신이 내내 내면에서 한 걸음 더하게 할 때
현실과 과시 그리고 생활의 도에서 그리움 만한 높음을 그립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감사합니다.
포근한 휴일 되시길.
수퍼스톰님의 댓글
참으로 좋은 시 읽은 밤입니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시랑의 소중함을 봅니다.
서정적인 언어로 빚은 삶에 생의 의미를 진솔하게 담은 시,
마음이 포근해 집니다.
늘 건필하십시오. 시인님.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고맙습니다.
깊은 마음 잘 받겠습니다.
평안하십시오.
이옥순님의 댓글
도토리 나무 밑에 서 있는 나를
너머 너머로 바라보신듯
시가 총총 걸어 옵니다
오랫만애 인사 드리고 갑니다
시인님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오랜만이로군요.
잘 지내시는지요.
늘 소박하나 진솔한 언어로,
시마을에 머무시는 것
늘 고마웁게 생각합니다.
늘 건강하시길 빕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