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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리병 밖의 태양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2건 조회 470회 작성일 25-11-10 16:00

본문

IMF의 차가운 바람에 베인 그의 날개는

풍랑을 피해 무인도에 닿은 해진 돛처럼 너널거렸다.

 

그가 기댈 수 있는 곳은 바람의 언덕뿐,

자신 안으로만 도피하다가

유리병 속 깊숙이 가라앉은

자신의 눈빛을 마주하기 두려워 한동안 거울을 들어다보지 않았다.

 

유리병 밖의 세상은

어두운 진공관처럼 고요했고 

그 안에서 외로운 섬처럼 떨고 있었다.

 

어느 날부터 거울이 그를 따라다녔다.

그의 날개를 비추며

가족이 한 사람씩 그의 몸을 지나갈 때마다

정답을 스스로 포기했던 시간을 밀어내고

상처 난 날개를 스스로 소독했다.

 

그가 마침내 유리병 밖으로 나왔을 때

손에 잡힌 세상은 넓지 않았으나 태양은 항상 두 개가 떴다.

 

후미진 중소기업 정문 경비실,

오래전 낙타를 타고 사막을 건넌 늙은 전사가

시간의 틈새에서

돋보기 너머 활자들이 쏘는 화살을 맞는다.

 

그가 말을 할 때 입에서는 향기 있는 글 꽃이 떨어진다.

 

때때로 물에 불을 붙이고

오랜 사색 끝에 물이 외치는 함성을 말없이 듣는다.

그 함성을 블랙커피에 타서 마신다.

아내가 싸준 야간 간식을 먹고

랜턴으로 어둠의 속살을 찌르며

랜턴에 찔려 죽는 건 어둠의 잘못이 더 크다고 혼잣말을 한다.

 

그는 오늘도 밤의 태양을 환약처럼 삼킨다.

 

 

댓글목록

김재숙님의 댓글

profile_image 김재숙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넓지않은세상에  태양이 두개떴다.태양을 환약처럼 삼킨다는 하루의 힘드이 잘 나타나 있는것 같아 좋아요

시인님~~  감기 조심하세요~^^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모 은행의 구조조정으로 명예 퇴직한 P씨의 곁엔 늘 책이 있었고
그가 구사하는 문장엔 고급 단어들로 그의 인품이 빛이 났습니다.
은행간부로 있다가 경비업무에 충실하셨던 분, 가끔 전화 통화를 하는데 제가 배울 점이 참 많은 분입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 시인님.

들향기님의 댓글

profile_image 들향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가 말을 할 때 입에서는 향기 있는 글 꽃이 떨어진다!!!
가족들의 힘으로 다시 일어서고 하는 모습이
용기와 무한 한 노력이 있었겠지요

수퍼스톰시인님
항상 좋은 시에 감동 받고 갑니다

시인님 건필하세요

수퍼스톰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사랑하는 가족을 위해서 전직 때의 자존심 내려 놓고
새로운 일을 하는 그의 모습이 보기 좋았습니다.
마음을 얹어 주심, 감사합니다. 좋은 하루 되십시오.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8연이 좋네요, 마지막 연 표현이 끌립니다.
저도 공감이 가고 곧  다가올 수 있겠네요.
사람이 살면서 하기싫어도 해야하는 때가 있다고 봐요.
마음이 약간 뭉클해 지는 시 인것 같아요.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늘 건필하소서,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가족을 위해서 무언가 해야 했던 분,
그가 틈만 나면 책을 읽는 모습도 보기 좋았는데
그의 단어 선택, 정말 엘리트 다웠습니다.
날씨가 추워 졌습니다. 건강 유의하십시오.

안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안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IMF의 바람을 맞은 사람이 부지기수로 많지만 저 역시 그중 한 사람이었습니다.
30년 넘게 다니던 직장을 잃고 세상에 나왔을 때 풍랑을 맞은 배처럼 막막했지만
과거를 다 접고 찾아간 곳이 경비실, 그곳에서 1년여를 버티다 관리소장으로
신분을 바꾸어 10여년을 동분서주 하다가 지금은 그마저 손을 놓은 상태입니다.
남자들이 일에서 손을 놓지 못하는 이유는 가족 때문이겠지요. 가족을 부향하기 위해서는
무슨 일이든 해야 된다는 것을 그 때 절실히 깨달았지요. 새벽에 일어나 수퍼스톰 시인님
시를 읽다가 그 때 그 암담하던 기억이 떠올라 한참을 생각했습니다. 감사합나다.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네. 시인님께서도 IMF의 한파 영양을 입으셨군요.
저는 그 당시 모 대기업 중간 간부로 있었는데 다행히 구조조종은 피할 수 있었습니다.
그 당시 많은 분들이 일자리를 잃어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야 했었지요.
지금도 그때의 영향에서 완전히 벗어난 건 아닙니다. 극소수 더 잘된 분도 계시겠지만
계속 직장을 옮겨 다니며 겪은 경제적인 어려움이 지금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았을 거 같습니다.
부족한 글에 공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추워지는 날씨에 건강 유의하십시오. 시인님.

최현덕님의 댓글

profile_image 최현덕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한 편의 시나리오를 본 듯 선명하게 상황을 묘사하셨습니다.
누군가 겪을 수 있는 현실감 있는 리터치에 박수를 보냅니다.
일취월장 좋은 소식 기다릴께요.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부족한 글에 좋은 말씀 얹어 주시니 힘이 납니다.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빕니다. 감사합니다. 시인님.

하림님의 댓글

profile_image 하림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결혼하고 타향에 직장따라 정착하여
자식 낳고 행복의 노래를 부를 때
십여년 근무한 직장에서 밀려나
주말부부 생활을 하다가 55세에 정년퇴직 했더랍니다
경비나 미화원도 젊은 사람을 찾고
오라는 곳도 최저 임금이었으니
베이비부머 세대의 설움이 아니었을까요
이제 칠순을 맞아 집으로 복귀하려 합니다
잠시도 쉬지 않고 달려온 50년 근로자였습니다.

시인님의 글을 통해 공감하며 긴 댓글로 문안 드립니다.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요즘은 경비원도 보안요원이라고 하며
젊은 사람들을 많이 채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베이비부머 세대들은 대부분 부모님 모시며 자식들에게 올인하여
재산 형성도 표시 나게 할 수 없는 상황이었지요.
수고 많이 하셨습니다. 늘 건강하십시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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