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 눈에 우주가 잠긴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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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겨진 하늘을 초승달이 다림질하는 밤이다
가로등 불빛이 침울하게 출렁이는 골목,
나와 고양이 사이에 수평선 하나 널렸다
혀끝에서 떨어지는 고양이의 회색 울음이
발톱에 물린 파도에 헹궈지고 있었다
고양이는 내가 알지 못하는 바다의 이름을 알고 있었고
나는 그 바다를 금이 간 그림자로 망막 깊숙이 저장했다
첫 번째 발톱에 찢긴 비닐봉투,
바다가 들어있는 종량제 쓰레기봉투 속에서
바다의 지느러미 냄새가 흘러나왔다
밤의 모서리를 적시는 물비늘 소리를 들으며
내가 잊은 이름을 밟고 웅크린
고양이를 훔쳐보았다
아직 꺼내지 않은 노란 울음이 배속에 태엽처럼 감겨 있었다
고양이와 눈이 마주친 순간 뜨거운 운석 하나가
내 생의 가운데를 관통하고
내 심장은 가슴이 아닌 풍화한 등에서 뛰기 시작했다
나는 고양이의 눈동자 속에 들어있는 우주의 잔상을 보았다
우린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곳,
침묵의 반대편 꼭짓점에 얼음이 되어 서 있었다.
댓글목록
이장희님의 댓글
제목이 탐나네요.ㅎㅎ
우리 아파트도 고양이가 가끔 출현합니다.
잠깐 마주치면서 냉냉한 고양이 시선
허기에 시달리면서 떠도는 놈 아타깝기만 합니다.
고양이로 우주를 끄집어 내는 시인님이 부럽습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주말 잘 보내세요.
늘 건필하소서, 수퍼스톰 시인님.
김재숙님의 댓글
침묵의 반대편. 꼭지점. 얼음, 표현이 참 좋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길고양이와 반대편에서 얼음으로 서 있는 인간 또한 외롭기는 마찬가지 겠지요. 좋은시 잘감상 했습니다 시인님 늘 향필하시길 바랍니다
수퍼스톰님의 댓글
이장희 시인님, 김재숙 시인님
부족한 글에 따뜻한 마음을 얹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고양이와의 눈 맞춤을 통해 고독과 기억, 그리고 제 존재의 빈틈을 보고
다시 진짜의 저를 만나려고 했는데 어색합니다.
두 분 시인님, 행복한 주말 되십시오. 감사합니다.
들향기님의 댓글
고양이들 삵을 잘 그려주신 글
그래도 지금은 고양이 밥주는 손길이 많아서....
종야제 뜻는 일은 거의 없는 듯합니다
우리집에도 담벼락 타고 다니며 눈 마주치고
서로 눈인사 하지요
추운 겨울에는 어디서 지내는지
야생동물도 겨울 채비가 어렵겠지요
수퍼스톰님 늘 향필하세요
수퍼스톰님의 댓글
들향기 시인님 다녀가셨네요.
저도 고양이와 자주 마주칩니다.
밖에서 키우는 저희집 개 리트리버에게 사료 주면서
야생 고양이가 먹을 것도 챙겨 줍니다.
편안한 밤 되십시오.
그대로조아님의 댓글
수퍼스톰 시인님!
ㅎ 고양이와 친하신 가 봅니다!
행간에 담겨진 시어들을 음미하면서
저희 집에 함께하는 '아랑'을 생각하게 되네요.
선천적으로 3발(三足)이 인데
요즘은 그 녀석과 친구가 되어간답니다.
환절기 건강 챙기시고 향필하시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