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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억새는
억새는 질기다
가는 초록 모가지로 푸른 하늘을 찌를 듯
솟아오른 회색 자부심을 보라
가는 발목, 가는 손목, 가는 목으로
동대문 상가 좁은 계단을 오르내리고
질퍽이는 광장시장 골목길 헤집던
백반 쟁반을 나르는
어머니, 할머니의 정수리를 닮지 않았나
억새는 날카롭다
어슬렁거리는 주위를 할키는
가는 잎새
사각 사각
언제나 칼은 갈고
자갈치 시장, 노량진 수산시장
아버지, 삼촌들의 날렵한 칼놀림을 조심하자
삶의 의지는 언제나 번뜩이는 빛줄기
마냥 날카롭지 않았나
억센 손으로 생선의 오색 비늘을 벗기고
부래의 숨통을 끊고 하얀 뼈를 발라냈지만
정녕 삶은
말 발굽 같은 칼부림을 견디고
비릿한 피와 뼈와 씻김 물을 견디어 낸
도마였으니
늦가을 산마루에 서 있는 억새
바람에 흔들린다
반세기의 자부심이 흔들리고
삶의 의지가 도마처럼
부딫치며 운다
억새의 씨들이 가을 바람에 몸을 섞어
송파 농산물 시장으로
여수 어시장으로 날아들어감이
초여름 진달래 홀씨를 닮지 않았나
비린내 씻기우는 딱딱한 콘크리트 바닥에
사람 발 냄새 가득한 진흙 바닥에
꺽기지 않는 생명의 씨앗이 다시 뿌려지리니
불굴의 대를 잇는 찬란한 생명들의 서사
억새의 거친 숨소리가 끊이지 않는
이 밤을 지세운다
억새는 흔들려야 아름답다
댓글목록
사리자님의 댓글
흔들려서 아름다운
하늘을 찌르는 회색 자부심 잘 보았습니다.
좋은 시 많이 쓰시길.
cosyyoon님의 댓글의 댓글
졸시를 읽어 주시고
용기를 주셔서 감사합니다.
많은 시인님들의 격려에 용기가 납니다 ^^
너덜길님의 댓글
요즘엔 흔하지 않은 시의 모습에,
그 고전적인 자세의 견고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옛날 김수영, 신동엽 시인들의 향기를
느끼게 됩니다.
더욱 힘내시라 응원을 보내어드립니다.
cosyyoon님의 댓글의 댓글
문우님의 시 항상 기쁜 마음으로 훔쳐보고 있습니다.
과분한 칭찬을 해 주셔서
감읍합니다.
더욱 노력하겠습니다.
나리꽃활짝님의 댓글
처음 시인님의 시를 접했을 때
틀에 박히지 않는 관점과 표현력이
좋았습니다
어디서 본 듯한 시가 아니어서 좋았구요
앞으로도 기대하며
시인님의 시를 기다릴 것 같습니다
늘 건필하시길요
cosyyoon님의 댓글
여기에 창작시를 올리시는 문우님, 시인님들의
글을 볼 때마다 기가 죽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격려해 주심에 감사, 감사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