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팅장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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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은 싱싱하다가도 새벽 햇살만 보면 시들어 있다
낡아질 하루를 보내기 위해 공사장 앞에 있다
코팅장갑이 살며시 손가락을 감싸고 있다
새벽이 점점 희미해가는 시간에 손은 낡아갈 준비를 한다
공사장 모래더미는 산 모양으로 서있다
모래의 꼭짓점을 허물면서 몸은 경직되어 인상을 찌푸린다
삽은 모래를 한입물고 뱉고를 반복한다
삽이 모래를 뱉을수록 신음소리를 내는 허리
싱싱했던 몸이 후들후들 떨고 있다
모래를 담아 나를 때마다 다리의 중심도 무너지려 한다
삽자루를 꼭 껴안으며 시간을 삼켜버리는 코팅장갑
빳빳했던 코팅장갑은 부드럽게 늙어가고 있다
점점 핼쑥해지려는 손을 달래보려는 코팅장갑
삽자루를 오래 만질수록 호흡이 거칠어진다
손바닥에 힘을 줄수록 허물을 벗으려 한다
삽은 더욱더 거세게 모래를 물고 뱉는다
시간은 브레이크를 걸지 못한 채 흘러가고
모래알을 주섬주섬 줍는 코팅장갑은 훌훌 털어내지 못한다
삽자루가 준 손의 굳은살
그 위로 다시 통통하게 차오르는 물집
노을이 다가올수록 삽은 헉헉거리며 모래를 문다
모래를 뱉어내는 힘이 줄어들면서 주저앉으려 하는 삽
그러다
삽의 주둥이는 허기가 없어진다
온종일 삽자루를 끌어안았던 코팅장갑
속살을 들어내며 코팅을 벗어내고 싶어 한다
코팅장갑은 옷이고 밥이며 집이다
모래가 안겨준 허리의 통증은 산란을 한다
손과 발은 살며시 흐느끼고 있다
노을이 꽉 찬 공사장에 잠시 서있으면
낡아서 찡그리고 있는 코팅장갑 때문에
두 손은 비로소 웃을 수 있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고단함이 코팅 장갑에 묻어 있는 공사장의 하루를 리얼하게 풀어내셨네요.
좋은 시 잘 감상했습니다. 늘 건필하십시오.
이장희님의 댓글
어릴적 알바 이야기 입니다.
그때는 노동일도 할만했었는데... ㅎㅎ
귀한걸음 감사드립니다.
늘 건필하소서, 수퍼스톰 시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