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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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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사마의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건 조회 373회 작성일 25-12-26 23:47

본문

어둠의 품격

 

 

동지다

어스름이 내리고 있다

 

조금씩, 아주 천천히

만물이 놀라지 말라는 듯

발등부터 차오른다

 

아무도

그 무엇 하나 놀라지 않았다

노크하고 방문을 열 듯

눈송이보다 더 부드럽게 내렸다

 

세상 그 어떤 빛도

어둠을 거부하거나 물리치지 않았다

빛은 이제 더 빛났다

어둠이 내리기 전 보이지 않던

달도 보이고

별도 보인다

 

이제 오롯이 빛만 남았다

누가 어둠을 불량의 세계라 했는가

 

어둠이 없었다면

빛도 존재할 수 없지 않았던가

빛이 없었다면, 어둠은 무엇을 품었을까

 

어쩌면 어둠은 처음부터

빛을 위해 존재했다

 

고요의 손을 잡고 동행한 어둠

기하급수로 불어나는 고요

나의 침묵도, 어쩌면 그 고요의 부산물이다

 

모든 생명과

조화롭게 조응하는 어둠

풀 한 포기

개미 한 마리, 거부하지 않는 어둠

 

그들도 어둠의 고요와

침잠의 유전자를 지닌 채 태어났다

 

어둠이 사라진 곳으로

빛이 범람하고 있다

요동치고 회오리치는 빛,

그 눈부심 속에서도 여전히 아비규환이 일어난다

 

발광의 키만큼

측은지심으로 어른어른 보듬어주는 어둠

그것을 그림자라 불렀다

 

고통마저 까맣게 지워내는 어둠

아무 형색도 보이지 않는 그림자 속에서

우리는 다시,

빛을 깨닫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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