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품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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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품격
동지다
어스름이 내리고 있다
조금씩, 아주 천천히
만물이 놀라지 말라는 듯
발등부터 차오른다
아무도
그 무엇 하나 놀라지 않았다
노크하고 방문을 열 듯
눈송이보다 더 부드럽게 내렸다
세상 그 어떤 빛도
어둠을 거부하거나 물리치지 않았다
빛은 이제 더 빛났다
어둠이 내리기 전 보이지 않던
달도 보이고
별도 보인다
이제 오롯이 빛만 남았다
누가 어둠을 불량의 세계라 했는가
어둠이 없었다면
빛도 존재할 수 없지 않았던가
빛이 없었다면, 어둠은 무엇을 품었을까
어쩌면 어둠은 처음부터
빛을 위해 존재했다
고요의 손을 잡고 동행한 어둠
기하급수로 불어나는 고요
나의 침묵도, 어쩌면 그 고요의 부산물이다
모든 생명과
조화롭게 조응하는 어둠
풀 한 포기
개미 한 마리, 거부하지 않는 어둠
그들도 어둠의 고요와
침잠의 유전자를 지닌 채 태어났다
어둠이 사라진 곳으로
빛이 범람하고 있다
요동치고 회오리치는 빛,
그 눈부심 속에서도 여전히 아비규환이 일어난다
발광의 키만큼
측은지심으로 어른어른 보듬어주는 어둠
그것을 그림자라 불렀다
고통마저 까맣게 지워내는 어둠
아무 형색도 보이지 않는 그림자 속에서
우리는 다시,
빛을 깨닫는다.
댓글목록
tang님의 댓글
어둠에 우주의 그리고 태고의 의미를 더해 광대하고 거대한 영역에서의 있음을 말하는 것도 좋을 듯 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