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밭 한 평 / 이삼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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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밭 한 평
이삼현
지하철을 타고 함께 길 떠난 날
5호선에서 6호선으로 환승을 서두르던 아내가 졸음에 빠졌다
가난한 내 어깨에 기대
흔들리며 가는 얼굴이 황폐하다
벌 나비의 날갯짓 소리가 향기롭던
기다림 하나로 피어 반겨 주던 꽃밭이었다
이슬에 젖어 함박
웃음 방울을 머금었던 옥토였다
마른장마는 시작되고
내릴 듯 말 듯 찌푸린 하늘빛에 아내의 얼굴밭이 가물어 간다
날로 척박해져 가는 거울 속에 들어앉아
토닥토닥
푸석해진 흙살을 다독이고 돌멩이를 고르던 아내가
꽃대를 일으켜 세우며 쓰르라미 소리를 낸다
잡초가 번진 밭고랑 사이로 흐르는 한숨이 길다
거울에 비춰 보며 덧칠을 하고
흐려진 경계선을 다시 그어야 겨우 알아볼 수 있는
일생 가꾼 아내의 얼굴밭은 올해도 흉작이다
타들어 가는 몰골에
아침저녁으로 물을 뿌려야 잠시 촉촉해지는 천수답이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생을 함께 하며
세월의 무게를 견뎌오신 아내분을 향한 사랑과 안타까움을 넣은 빚은 시,
시인님의 예사롭지 않은 필력의 내공을 봅니다.
참 좋은 시 읽었습니다. 자주 오셔서 좋은 시 읽게 해 주십시오.
산벚님의 댓글의 댓글
감사합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