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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어가 허물어지는 곳을 찾자.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6건 조회 377회 작성일 26-01-14 02:51

본문

언어가 허물어지는 곳을 찾자.


단정하고 또렷한 이미지로 

가장 좁은 의미의 순수시를 쓰던 정지용은

풍경이나 그리다가 갔다.

사회를 그리는 데 나아가자, 그의 시는 시라고도 할 수 없는 것이 되었다.

언어가 허물어지고 

이미지가 잡히지 않는 그런 영역으로부터 

자기를 보호한 셈이다. 

나도 그렇게 생각했다.

좁은 의미의 순수시를 추구하는 것이 목표였다.


하지만, 생각이 바뀌었다.

언어가 허물어지고 

이미지가 잡히지 않는 그런 경계가 더 눈에 들어온다.

언어라는 것이 견고하고 내가 생각하는 느끼는 

모든 것이 그것 안에 포섭되어 있다고 생각하는가?

절대 그렇지 않다. 

가령 내가 외국인과 만나 서로 통하지 않는 이야기를 할 때,

언어는 자기 기능을 잃고 허물어진다. 

무속 민요에서 신과 접신할 때 

기존 언어는 자기가 포착할 수 없는 것에 직면하게 된다.

나는 무속성이나 신화성같은 것을 제거하고,

이미지로 이것들을 재구축하는 것이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것은 이 시의 가장 중요한 것을 제거하는 것이다.

본말이 전도된 것이다.

언어보다 앞서는 것이 신화성 초월성이다. 

이런 언어의 한계는, 

언어의 발명 언어의 실험을 통해 극복되어야 한다.


언어가 만일 견고하다고 느낀다면,

언어가 실제 견고해서가 아니라, 

그냥 지금 언어만으로 말해질 수 있는 것 안에 안주하면서,

한 이야기를 또 하고 또 하는 때문이다.   


언어가 허물어지는 영역 - 

이 영역은 정지용에 의해 꾸준히 제거되어진 영역이다. 

하지만 오늘과 같은 단절, 갈등, 영역들 간 융합과 갈등 같은 시대에, 

"이것은 내 영역이다" "여기서 나는 편안하다" 같은 것은 아무 의미도 없다.  

언어가 허물어지는 곳에서 시가 시작된다.

이미지는 명징하고 단정한 것이 좋은 것이 아니라.

명징해질 수 있는 영역과 표현될 수 없는 영역을 다 포괄한 것이 좋은 것이다.

"이미지"와 "안 이미지"를 모두 포괄해야 그것이 넓은 의미의 이미지다.

내가 기존에 아름답다고 생각해왔던 것을 파괴하는 

현대미술을 보고 벽을 느낄 때,

아름다움의 이미지는 거기서 시작된다.

그냥 내가 생각하는 아름다움의 영역에 돌아가서 거기서 안주한다면,

그것은 더 이상 순수하지 않다.  


갈등과 고립과 상호불이해의 시대에 

그것이 순수시를 쓰는 방법이다.

지금 시대에 등을 돌리면 모를까, 

시대를 반영하는 글을 쓴다면 피할 수 없는 문제다.

일상을 담담히 적는다고?

지금은 이것이 일상이다. 

이럴 필요성을 전혀 못느낀다고?

당신은 지금 혼자 독백을 하고 있는 것이다. 

  

언어가 허물어지는 곳을 찾자.

언어라는 것이 폐허가 되어 나뒹구는 곳을 찾자.

거기서 언어를 들여다보라.  

무속민요를 써 보려고 시도하다가 깨닫게 되었다.

단정하고 강렬한 이미지로 무속민요를 쓴다면 

그것이 무속민요인가?

언어가 닿을 수 없고 표현할 수 없는 영역에서 

나는 어떻게 시를 써야 할 것인가?

수학을 이용하여 그것을 해결하려 해 보았고, 

컴퓨터 코딩을 이용해서 그것을 해결하려 해 보았다.

이것은 내 시도가 아니라. 

이미 해외대학에 과목이 생겼을 정도로 

성과가 축적된 것이다. 

프로그램 코딩 시, 프랙탈 시, 블록체인 NFT 시.

왜 시인들이 이런 짓을 하고 있는 지 생각해 보라.

그것도 골방에서 자기 혼자 쓰는 것이 아니라, 관심의 촛점이 되고 있다. 

컴퓨터 몰라도 된다.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도, 

챗지피티를 이용하면 중견 프로그래머 정도 

코딩을 할 수 있다.

과거 챗지피티가 없었을 때는 소수 전문가만 시도하던 실험이, 

이제 모두에게 개방되었다.   


지금 가장 시대가 요구하는 시가 바로 

이런 시다.

정지용의 순수시는 오늘날 시대에 

여기서 자기 자리를 찾아야 한다.   

 

  

댓글목록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정된 의미보다는 여러 층위에서 열리는 언어,
정답이 없는 초현실적인 시의 상황은 인간이 짧은 순간 마주치며
경험하는 세계인 듯 싶습니다.
저도 이미지의 상징으로 말하는 쪽으로 자꾸 기울어 지는 중입니다.
잘 읽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코렐리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코렐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인간의 언어로 신에게 말하다가 신과 닿을 때 갑자기 인간의 언어가 허물어지는 지점 - 언어가 언어로서 작동하지 않는 지점에서 어떻게 해야할까 - 그런 것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tang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tang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체공과 있음은 어떨까 합니다
체공 범위에서 언어의 운율이 있긴 한데 체공이 강화되면 있음의 영역이 되면서 새로운 상황의 학습이 일어난다 봅니다

cosyyoon님의 댓글

profile_image cosyyoon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언어의 한계를 시로 극복할 수 있다는 사유와 신념!
공감합니다.
큰 깨달음 하나 얻고 갑니다.
시인님, 올해도 건필하시기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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