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의 손바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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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손바닥
지구를 돌리는
신의 손바닥이 보이기 시작했다.
언제부턴가
흙을 쥔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냄새가
잃어버린 신발 한 짝을 찾은 것처럼
가슴을 묵직하게 흔들었다.
그것이
신의 손바닥 냄새라는 것을 알았을 때
나는 오래전부터 그 안에 기대어 있었다는 것을
비로소 깨달았다.
머릿속에 그려두었던 세계의 윤곽이
심하게 일그러지거나
내 안에서 솟구친 문장들이
서로를 막아 더는 밑줄조차 그을 수 없을 때면
나는 냄새에, 온기에, 흙빛에
몸을 밀착시켰다.
서툴게 두드려온 생의 건반들,
그 서늘한 연주가
촛불처럼 꺼지고 나면
나는 언제 보아도 지루하지 않을
땅의 빛깔로 남고 싶었다.
스스로 주문을 걸듯
목구멍 안으로 수없이 밀어 넣은
분노와 아픔의 중력은
때로는 하얀, 때로는 검은 그림자를 빚어냈고
그림자 안엔
내가 미처 불태우지 못한 심지들이 남아
어딘가에 저장되어 있을 것이다.
아마도 그곳은
내 숨이 마지막으로 닿을 곳,
신의 손바닥일 것이다.
흙은
지상에 흩어진 발자국을 모두 지우고
내가 들어가야 할 궁전,
내 목소리가 길게 누울 자궁이다.
흙빛의 무게—
너무나 겸손해서
눈부시게 환하다.
댓글목록
힐링링님의 댓글
아마도 그곳은
내 숨이 마지막으로 닿는 곳,
신의 손바닥일 것이다
신의 손바닥이라는 이 명재가 주는 묵직한 의미는
너무 크고 무엇으로 측정할 수조차 없습니다.
지구라는 이 공간!
사람들이 밟고 서는 땅은 날로 피폐해 가는
것을 영혼으로 바꿔 놓으면 숨힘의 시간 앞에서
시인님의 내적 갈등들과 미래 비전의 한계를
직시하고 있어 소리없는 외침이 심장을 스치고 갑니다.
신앙이란 땅은 이처럼 사람이 사는 행복의 터였는데
언제부터 견딜 수 없는 타락의 냄새로 살아가야 하는 예지적인
눈빛으로 바라보는 이 직관에 놀라음을 감출 수 없습니다.
그 손바닥에 눕기 전에
시인이 지향하는 세계를 드러내어 펼쳐 놓음을
조용히 가슴에 새겨봅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힐링시인님, 좋은 말씀으로 저의 부족한 시를 빛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인간존재의 근원과 흙, 결코 분리될 수 없는 신의 의도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봅니다.
편안한 주일 저녁 보내십시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