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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은 비바람을 탓하지 않고, 산은 스스로 능선을 펴나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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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덤벨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217회 작성일 26-03-27 03:45

본문


시마을의 선배님, 그리고 동료 시인 여러분.


작년 7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 시작된 논란의 물결이, 어느덧 8개월의 시간을 건너 이곳 '그 산'의 기슭에서 멈추었습니다

최근 며칠간 제게 보내주신, 과분하다 못해 고백에 가까운 시편들을 읽으며 깊은 미안함과 뜨거운 동질감을 느꼈습니다.

 

여러분, 당신들은 죄가 없으십니다.

생각해 보면 저의 다혈질적인 즉흥이 문제였고, 그에 따른 제어력을 수련하지 못한 제 탓이 컸을 것입니다

8개월의 시간은 저를 다스리는 소중한 수행의 시간이었습니다.

 

제가 믿는 질감스펙트럼(Texture Spectrum)의 세계에서, 건강한 숲은 매끄러운 잎사귀만으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저를 향해 던지셨던 날카로운 독설은 사실 제 오만의 잔가지를 쳐내어 뿌리를 깊게 내리게 한 '스승의 죽비'였고

불판 위에 뿌려진 소금은 제 문장의 비릿함을 잡아준 뜨거운 담금질이었습니다.

 

이종인 시인님의 ''이 방어를 위한 고수의 절제였음을

이원문 시인님의 '옛 길' 속 고무신 신은 소년이 바로 저였음을 이제야 확신합니다

우리는 처음부터 서로를 베려던 적이 아니라, 문학이라는 험준한 산을 각자의 방식으로 정복하던 고독한 산꾼들이었습니다.

 

저는 그저 평생을 현장에서 발명과 일로 단련된 투박한 일꾼일 뿐입니다

제가 가진 유일한 힘은 "숨이 생각을 죽일 만큼" 치어처럼 치열하게 살아온 삶의 야성뿐이었습니다.

 

그 거친 숨소리를 문학의 품격으로 안아주시고, "그래도 좋은 걸 어쩌라고"라며 

손을 내밀어 주신 여러분의 용기야말로 진정한 고수의 풍모입니다

저는 살면서 이토록 멋지게 화답할 줄 아는 분들을 본 적이 없습니다.

 

"어쩌라고" 그 한마디에 다 끝났습니다. 우짜스까, 어쩐당께... 그 따뜻한 해학 앞에 저는 그냥 '깨갱입니다.

 

이제 시마을의 긴 겨울옷을 벗어 던집시다. 미안함과 자책의 늪에서 나와

곰장어 꼬리처럼 생동하는 필력으로 다시 이 숲을 채워 주십시오.

 

오늘 이 화합의 장에 기쁜 소식 하나를 더하려 합니다.

다가오는 5~6월경, 제가 깎고 다듬어온 저만의 비경(秘境)이 소비자들에게 공개됩니다.

제가 숨겨두었던 사연이 담긴 운동장치가 드디어 세상 밖으로 첫걸음을 내딛습니다

이 발명품의 탄생은 저 개인의 성취를 넘어

시마을에서 여러분과 함께 겪은 8개월간의 진통이 낳은 또 하나의 결실입니다

그 과정의 시간 속에 이 장치도 함께 다듬어졌기 때문입니다.

 

5월의 푸른 기운과 함께 제 발명품의 탄생을 알리는 힘찬 축포를 여러분과 쏘아 올리고 싶습니다

다만, 이것을 상업적 이득으로 가져가려는 것이 아님을 먼저 선언합니다. 이것은 제 인생 아빠로서의 증명이며

우리 제 발명의 동력전달이었던 인문학 문학적 승리의 상징입니다.

 

산은 여전히 그 자리에 있고, 저는 이제 그 산에서 내려와 여러분과 함께 누룽지 한 줌 나누는 따뜻한 아랫목으로 가려 합니다

선배님들, 이제 기운을 차리십시오. 우리 모두의 신화는 이제부터 완성될 것입니다. 사랑합니다.

 

 

20263월의 어느 날,

김재철 올림




사진제공 :  임상균 약초세상                 최근의  너도바람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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