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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과 시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4건 조회 275회 작성일 26-03-28 21:47

본문


  꽃과 시




  아침에 일어나 둥굴레차를 마셨다

  아내가 차려 준 카레밥을 먹었다

  어제 도착한 차이브 씨앗 봉지를 바라보았다

  집 현관 앞 화단의 휑한 모습이 떠올랐다

  어떻게 심으면 되노, 물으니 아내가

  잘 심으면 돼요, 했다

  그래 잘 심으면 되지

  봉지 입구를 뜯어내고 안을 살펴보았다

  작은 씨앗들이 어둠 속에 웅그리고 있었다

  키 큰 감나무 두 그루, 참나리들이 자리한

  작은 화단 구석에 간이삽으로 골을 냈다



  무심코 뿌렸다,고 쓰려다가 썼다,로 바꿨다

  애네들은 장차 필 나의 시라는 생각에

  피식 웃음이 고였다

  이런 말 하면 아내는 또 놀고 있네요, 할 테고

  응 난 시하고 좀 놀 거다, 할 테지



  달에 발을 디디고 우주의 비밀을 푼다 한들

  그게 내 존재와 상관없다면 무슨 소용이냐는

  실존의 질문을 꽃들에게서 배운다

  뒷산 진달래 개나리 철쭉의 수수한 얼굴들

  우리동네 골목에 핀

  영산홍 천리향 살구꽃 매화 배꽃 목련도 좋지만

  난 내가 심고 키운 꽃이 더욱 아름답고,



  삶도 그러하고



  그네들을 다 심은 뒤

  시의 마음처럼 덮인 흙 위에다가

  시어 닮은 투명한 물을 뿌려주었다



  오늘 밤엔

  시가 몽글몽글 자라는 꿈을 꾸겠다





 

댓글목록

이옥순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옥순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 안녕 하세요 ?
지금 의 삶을 넋두리 하듯  노래하는듯  그려 놓으셨네요 그러나
심어 놓은  씨앗 처럼 
끝맺음은  무척이나 아름다울 거라  장담 합니다

오랫 만에 인시 드리고 갑니다

너덜길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너덜길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오늘 가랑비가 내렸습니다.
화단의 씨앗들이 좋아할 걸 생각하니
맘이 참 좋아졌습니다.
늘 화평 속에 거하시길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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