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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장 난 지퍼

페이지 정보

작성자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10건 조회 93회 작성일 26-04-27 08:30

본문

밤과 낮이 갈라진 것처럼

바다가 눈을 뜨는 안과 밖의 경계에

묻고 답하기 편하지 않은

육질의 꽃이 숨겨져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려야 하는

상승과 하강의 수직 궤도에는

화폭에 물감을 엎지른 시간들이

열고 닫힐 때마다 주름으로 남아

유통기한이 지난 이력이 무겁게 매달린다

 

매일 반복되는 편도의 궤도,

맨살 위로 안개가 길을 만들고

나는 그 길을

몸의 안쪽에서 바같쪽으로 건너간다

 

상승과 하강으로

작은 우주가 열리고 닫히는 음색마다

속을 감추기 위한

무호흡의 시간이 끼어든다

 

물집 잡힌 길 위에서

나는 처음부터

둥근 내벽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았다

마찰은 기억을 낳고

기억은 다시 경계가 되었다

 

수직의 길에서 나를 읽기 위해

내 안의 길이 모두 잡문으로 덮였더라도

채찍처럼 접힌 문장들,

그 틈에 남은 경전을 더듬어야 한다

 

지상의 모든 소리는

꽃이 핀다는 일념으로 아침을 잠그다가

어느 순간 스스로 풀려나는 법을 배운다

 

그날, 꺾인 길의 관절에서

중력이 방향을 잃고

열리지도 닫히지도 못한 채

경계는 오래 떨고 있었다.

댓글목록

일미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일미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꽃이 피는것도 편도
인생 편도길에서
잘간다고 하는데
잠시 쉬어가라고
어느 꿈꾸는 순간의 먼지같은 햇살이
질투로 살짝쿵 고차원 곱스런 길
끼어들어
행복한 한주 되십시요

수퍼스톰님의 댓글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수직이라는 기하학적 이미지와
육질의 꽃, 물집 같은 생물학적 이미지를 충돌시켜 보았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엮으십시오.

힐링3님의 댓글

profile_image 힐링3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우주가 자크를 채우고 또 채우어도
아침이란  수리공이 수리하는 어진 손길을 봅니다.
우리 생에게 팔자라는 자크를 채우고 채어도
마음이란 아침의 어진 손길을 펴면
모든 것을 푸는 이 화법을 고고하게 엮어 놓아
가슴 뛰는 순간을 맛보게 합니다.

이 세상에 채찍처럼 접인 문장이 쌓여가도
조금도 뒤로 물러서거나 엎들리지 않는 지고지순한
시인님의 어진 모습을 다시 봅니다.

먼 우주의 비밀코드도 함묵 속에 잠겨져 있어도
이 세상 내부 깊이 드리워진 어둠의 자크까지
조용히 수리해가는  시인님의 모습에
두 손을 모우게 합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고장 난 지퍼를 통해
삶의 고비마다 겪는 통증을 수반한 성찰과
고통스런 마찰 속에서도
삶의 진리를 찾으려는 구도자적 자세를 고민해 보았습니다.
늘 좋은 말씀으로 저의 글을 돋보이게 해주시는 힐링시인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솔바람님의 댓글

profile_image 솔바람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리움도 사랑도 희망도
편도일 때가 많죠
고장난체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한 마음
잠시 추스르고 갑니다

맛살이님의 댓글

profile_image 맛살이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그 높은 경지에 저도 한 번
오르고 싶습니다
깊은 글월에 감탄만 하다
늘 댓글도 못 남기고 지나갑니다
슈퍼스톰 님 좋은 글에 엄지 척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높은 경지라니요. 과분한 말씀입니다.
시인님 시를 읽으면 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늘 건필하시고 행복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profile_image 이장희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홈페이지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시인님 시에선 항상 향기가 납니다.
좋은 표현이 얽혀있어서 시가 더 빛나고 있습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마찰은 기억을 낳고
기억은 다시 경계가 되었다.]

늘 건필하소서,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작성일

좋은 말씀으로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찰은 기억을 낳고
기억은 다시 경계가 되었다"
저의 짧은 통찰로 감히 아포리즘을 흉내 내어보았습니다.
늘 건필하십시오. 이장희 시인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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