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장 난 지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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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과 낮이 갈라진 것처럼
바다가 눈을 뜨는 안과 밖의 경계에
묻고 답하기 편하지 않은
육질의 꽃이 숨겨져 있다
하루에도 몇 번씩 오르내려야 하는
상승과 하강의 수직 궤도에는
화폭에 물감을 엎지른 시간들이
열고 닫힐 때마다 주름으로 남아
유통기한이 지난 이력이 무겁게 매달린다
매일 반복되는 편도의 궤도,
맨살 위로 안개가 길을 만들고
나는 그 길을
몸의 안쪽에서 바같쪽으로 건너간다
상승과 하강으로
작은 우주가 열리고 닫히는 음색마다
속을 감추기 위한
무호흡의 시간이 끼어든다
물집 잡힌 길 위에서
나는 처음부터
둥근 내벽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았다
마찰은 기억을 낳고
기억은 다시 경계가 되었다
수직의 길에서 나를 읽기 위해
내 안의 길이 모두 잡문으로 덮였더라도
채찍처럼 접힌 문장들,
그 틈에 남은 경전을 더듬어야 한다
지상의 모든 소리는
꽃이 핀다는 일념으로 아침을 잠그다가
어느 순간 스스로 풀려나는 법을 배운다
그날, 꺾인 길의 관절에서
중력이 방향을 잃고
열리지도 닫히지도 못한 채
경계는 오래 떨고 있었다.
댓글목록
일미터님의 댓글
꽃이 피는것도 편도
인생 편도길에서
잘간다고 하는데
잠시 쉬어가라고
어느 꿈꾸는 순간의 먼지같은 햇살이
질투로 살짝쿵 고차원 곱스런 길
끼어들어
행복한 한주 되십시요
수퍼스톰님의 댓글의 댓글
수직이라는 기하학적 이미지와
육질의 꽃, 물집 같은 생물학적 이미지를 충돌시켜 보았습니다.
오늘도 좋은 하루 엮으십시오.
힐링3님의 댓글
우주가 자크를 채우고 또 채우어도
아침이란 수리공이 수리하는 어진 손길을 봅니다.
우리 생에게 팔자라는 자크를 채우고 채어도
마음이란 아침의 어진 손길을 펴면
모든 것을 푸는 이 화법을 고고하게 엮어 놓아
가슴 뛰는 순간을 맛보게 합니다.
이 세상에 채찍처럼 접인 문장이 쌓여가도
조금도 뒤로 물러서거나 엎들리지 않는 지고지순한
시인님의 어진 모습을 다시 봅니다.
먼 우주의 비밀코드도 함묵 속에 잠겨져 있어도
이 세상 내부 깊이 드리워진 어둠의 자크까지
조용히 수리해가는 시인님의 모습에
두 손을 모우게 합니다.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고장 난 지퍼를 통해
삶의 고비마다 겪는 통증을 수반한 성찰과
고통스런 마찰 속에서도
삶의 진리를 찾으려는 구도자적 자세를 고민해 보았습니다.
늘 좋은 말씀으로 저의 글을 돋보이게 해주시는 힐링시인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솔바람님의 댓글
그리움도 사랑도 희망도
편도일 때가 많죠
고장난체 올리지도 내리지도 못한 마음
잠시 추스르고 갑니다
수퍼스톰님의 댓글
부족한 글에 마음을 나눠주셔서 감사합니다.
편안한 밤 보내십시오. 솔바람 시인님.
맛살이님의 댓글
그 높은 경지에 저도 한 번
오르고 싶습니다
깊은 글월에 감탄만 하다
늘 댓글도 못 남기고 지나갑니다
슈퍼스톰 님 좋은 글에 엄지 척
수퍼스톰님의 댓글
높은 경지라니요. 과분한 말씀입니다.
시인님 시를 읽으면 공감하는 부분이 많습니다.
늘 건필하시고 행복하십시오. 감사합니다.
이장희님의 댓글
시인님 시에선 항상 향기가 납니다.
좋은 표현이 얽혀있어서 시가 더 빛나고 있습니다.
좋은 시 잘 감상하고 갑니다.
[마찰은 기억을 낳고
기억은 다시 경계가 되었다.]
늘 건필하소서, 수퍼스톰 시인님.
수퍼스톰님의 댓글
좋은 말씀으로 함께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찰은 기억을 낳고
기억은 다시 경계가 되었다"
저의 짧은 통찰로 감히 아포리즘을 흉내 내어보았습니다.
늘 건필하십시오. 이장희 시인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