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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직의 침묵-옹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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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profile_image 수퍼스톰 쪽지보내기 메일보내기 자기소개 아이디로 검색 전체게시물 댓글 0건 조회 14회 작성일 26-05-11 19:08

본문

수직의 침묵

       -옹벽

 

그래도 눈물이라는 배출구가 있어서

이토록 긴 시간,

나는 무너지지 않고 버틸 수 있었다

 

낙엽 한 장조차

스스로 방향을 바꿀 수 없지만

비탈을 사랑한 운명이기에

끝에서 매듭 짓듯

차가운 가슴으로 경사면을 안고 때로는 등에 업었다

 

아무도 들여다보지 않는 곳에서

나는 수직으로 침묵을 세웠다

그것은 내 마지막 자존심이었다

기울지 않기 위해

속을 비우고 또 다져야 했고

스스로를 짓눌러 더 단단해져야 했다

 

오랜 기다림에 조바심 내지도 않고

입속의 침조차 말리지 않았다

사람들이 입었다가 벗어놓은 해진 꿈은

곧 사라질 무지개 같아

처음부터 바라본 적도 없었다

 

오늘도 나의 몸은 엎질러지지 않았다

 

문상을 받는 상주의 회색 표정처럼

큰 돌의 울음을 머리에 이고 굳은 심정으로 서 있었다.

 

눈물은 흘러도 괜찮지만

몸이 무너지면 안 된다는 것을

나는 일찍이 알고 있었다

 

그래서 속울음을 꾸역꾸역 안으로 삼켰다

말 대신 침묵으로 답하고

감정 대신 형체를 남기는 것

이것이 내가 택한 존재의 방식이었다

 

그대와 내가 만나는 경계는

늘 물음표가 끼어 있는 내 몸의 바깥 선,

그 어떤 온기도 미끄러져 내려가는 냉담한 표면 위였다

 

그러나 나는 믿는다.

누군가의 무너짐을 막아냈다는 사실이

나를 존재하게 했음을

나는 언제나

가장 조용한 곳에서 가장 무거운 울음을

지탱하고 있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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